동양철학에 오행(五行)이라는 것이 있다. 세상의 만물을 금 수 목 화 토 다섯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인데 금(金)은 수(水)와, 수는 목(木)과, 목은 화(火)와, 화는 토(土)와, 토는 금(金)과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이를 상생(相生)의 이치라고 한다. 반대말로 상극(相克)이라는 것이 있는데 서로를 이기려한다는 뜻이다. 상생은 상대를 이기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는 대립적 경쟁우위보다는 경쟁력에 바탕한 협력우위가 유일한 생존원리인 상생이 요구되는 시대다. 과거 대립의 문화에서 새로운 협력의 문화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1일~15일 방문한 일본 도요타시에서 상생의 모델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소기의 성과였다. 현대자동차가 있는 북구와 환경이 흡사한 도요타시는 시와 주민이 힘을 합쳐 도요타라는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내고 도요타라는 회사는 시와 시민과 협력해 최고의 도시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도요타시는 일본 중부 나고야시의 동쪽 20~30㎞, 아이치현의 중심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도시다. 도요타사의 본사와 대부분의 공장이 위치하고 있는 이 도시는 세계적인 자동차산업도시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 기업과 도시의 협력을 통한 지역발전이라는 성장연합모델로도 이름나있다.

도요타시에 도요타자동차사가 입지하게 된 것은 시의 방침과 노력 덕분이었고 이후 시와 도요타사는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고모로정에서 도요타시로 지명을 바꾼 것을 봐도 도요타시의 노력을 짐작케 한다.

도요타시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공업도시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은 1954년에 시행한 '공장유치장려조례' 덕분인데, 이는 3년간 세금의 상당액을 면제해준다는 것이었다. 이로인해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관련 기업들이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이렇게 성장한 자동차산업은 도요타시의 발전에 기관차 역할을 해주었다. 도요타시가 자동차 공업의 세계적인 기지로 발전한 데는 단연 도요타사의 역할이 컸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스즈키 코우헤이 도요타시장은 지난달 13일 만남을 가졌을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도요타사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도요타사가 개발중인 하이브리드 카가 비단, 도요타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도요타 시장은 특히 "도요타사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동기를 부여하고 시는 환경문제에 대해 미리 대책을 세워 환경도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도요타자동차와의 협력관계에 대해 설명하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상생의 교훈은 일본의 장기불황속에서 50년 이상 흑자경영으로, 이제 GM을 넘어 세계 1위의 기업으로 태어난 도요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요타의 최고 경쟁력은 반세기동안 이어온 노사상생에 있었다. 도요타는 종신고용제를 기반으로 한 노사간 신뢰가 생산성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이는 종업원이 바로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도요타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회사는 종업원을 평생고용할 의무가 있고, 이렇게 맺어진 신뢰는 종업원 스스로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하도록 하고 있었다.

노사상생의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을때 '서로가 상생해야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대수롭지 않게 설명하는 공장 관계자의 모습에서 뿌리깊은 상생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도요타에는 언제나 현상을 바꾸려는 개선의 유전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유전자의 밑바탕에 흐르는 것은 노사 상호간의 신뢰관계에 바탕을 둔 상생의 경영이었다.

같은 '자동차 도시'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북구로서는 도요타시의 이 상생의 뿌리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10년만에 무분규 임금협상을 타결함으로써, 노사상생의 단추를 꿰었다. 북구도 도요타에서 이룬 상생의 지혜를 배워나갔으면 한다. 북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상생의 신노사 문화운동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협력회사, 나아가 주민들에게 전파되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강석구 울산시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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