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단련실 관리·배식도우미·육아도우미
노인요양시설등 방문 발마사지·경락 봉사
2005년 창단…15명의 노인들 활발한 활동
"봉사활동 통해 마음에 행복을 저축" 보람

울산시 북구 호계동 북구어르신복지회관 식당에는 매일 오전 11시가 되면 흰 머리에 넉넉한 체격의 한 할머니가 나타나 바쁘게 움직인다. 바로 행복봉사단의 단장이자 일주일 내내 복지회관에 나와 식당봉사를 하고 있는 강귀례(60) 단장이다.

음식 조리에서부터 배식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강 단장은 빠르게 음식을 장만하지만 절대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식당 배식까지 끝내면 이번에는 재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밑반찬 배달에 나선다.

강 단장은 자신의 자동차격인 손수레에 반찬통을 한가득 싣고 그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재가 노인들을 찾아 걸음을 재촉한다.

강 단장은 "몸이 무거워 움직였다하면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리고 얼굴 또한 빨갛게 달아올라 나도 이제 몸이 힘들어 한다는 걸 많이 느낀다"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이라면 따라올 사람이 없는 강 단장은 "이상하게도 매일 아침 9시30분만 되면 용수철이 튀는 것처럼 저절로 몸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북구어르신복지회관에는 2005년에 창단된 행복봉사단이라는 이름 아래 현재 15명의 노인들이 봉사활동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들은 매주 복지관에 있는 체력단련실과 건강증진실, 식당에서 관리 및 배식 도우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이주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어 수업을 들을 때 아기를 봐 주는 육아도우미도 맡고 있다.

무엇보다 행복봉사단의 가장 큰 특징은 경락, 단학기공체조 등의 특기를 살려 1년에 두 세 차례 정도 노인요양원 등을 방문해 하는 봉사활동이다.

얼마 전 웰빙플래너 과정을 수료해 봉사단에서 일명 '교수님'으로 통하는 임태숙(60) 할머니가 경락이나 발 마사지 등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임 할머니는 "행복봉사단원들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 가지를 배워 가신다. 마사지를 받은 노인들이 좋아하니까 단원들이 더 열심히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할머니의 모습은 영락없이 자기 반 학생을 자랑하는 선생님이다. 임 할머니는 굿네이버스에서 일하고 있는 딸 덕분에 복지에 대해 관심도 많고 봉사활동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행복봉사단원들은 단순히 마사지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쇠약해진 건강과 외로움으로 상처받은 노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고 있다.

노인들은 경락이나 손, 발 마사지가 신체를 접촉하기때문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더 없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강춘자(66) 할머니는 "얼마 전 봉사활동을 갔을 때 몸이 아파 뼈가 앙상한 할머니를 마사지 해 드린 적이 있는데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그래도 전문가 만큼은 못 하지만 정성스레 마사지를 하고 나면 노인들의 얼굴이 한결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단학기공체조를 가르치고 있는 최병락(75) 할아버지는 이를 통해 황혼기에 있는 노인들에게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할아버지는 "4년전 처음 단학기공체조를 했을 때 몸과 마음이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봉사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지금 나는 일흔다섯이라는 나이도 잊고 누군가가 나로 인해 잠시라도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옥주(63) 할머니는 원래 건강증진실에서 물리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봉사활동의 수혜자에서 제공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김 할머니는 "다른 사람한테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정도"라며 겸손해 했다.

봉사단의 맏언니인 백두이(76) 할머니는 "봉사활동을 하면 나도 아직까지 필요한 곳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없던 힘까지 솟아난다"며 "나도 갈 곳이 있다는 즐거움과 봉사활동으로 마음을 나누는 재미에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에서 뒤늦게 시작했지만 봉사활동에 푹 빠져 있었다.

항상 웃으면서 식당과 체력단련실 등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방필란(67) 할머니는 젊은 시절 미장원을 운영했다. 지금도 남다른 미모를 자랑하는 방 할머니는 나이가 들었어도 몸도 가꾸고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까지 더 예쁘게 가꿀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방 할머니는 "몇 푼이라도 돈을 받고 일하면 그 곳에 매인 몸이 돼 버려 기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시간은 더 걸리고 대가는 없지만 보람은 배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행복봉사단의 노인들은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고 이제 봉사활동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겸손해했지만 앞으로의 봉사활동 계획까지 야무지게 짜 놓았다. 각자 경락·발 마사지, 단학기공체조, 동화구연 등을 꾸준히 배워 좀 더 나은 봉사활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강 단장은 "봉사활동이 주는 기쁨과 보람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저축하듯이 나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음에 행복을 저축해 나간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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