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 승격 10년 기념 특별대담
'울산의 미래'를 전망한다

3. 박종해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장

광역시 이후 문화분야 지원 확대
양적 팽창 급급…질적 성장 미흡

미술관·문학관등 기반 시설 확충
문화혜택 균형적 안배 힘 쏟아야

박종해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장은 울산문화·예술의 미래를 위해 '문예부흥운동'으로 새롭게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며 광역시 승격 10주년에 이른 지금이 그 적기라고 진단했다.

본보와 울산지역혁신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특별대담 세번째 주제 '울산문화·예술의 미래'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대표한 박 회장은 "문예부흥운동은 단순히 공연·전시횟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문화콘텐츠, 예술인, 예술경영인 등 광의의 문화저변에 걸쳐 전문성을 키우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울산의 미래를 문화도시로 바꾸는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지난 10년 광역시 승격 이후의 울산문화예술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광역시 승격 원년부터 지금까지 울산문화예술계가 발전행보를 거듭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유행어처럼 남발하던 '울산은 문화불모지'라는 말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서울이나 경남의 조그만 지회 정도로 치부되던 울산 문화단체 및 예술인들이 울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울산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각종 문화행사 또한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전국대회를 우리 울산에서 개최하게 된 것도 광역시 승격을 기점으로 가능해진 일이지요.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하는 자율행정이 가능해지면서 산업도시의 그늘에 가려 늘 후순위에서 맴돌던 문화예술분야의 지원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 큰 디딤돌이 됐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열악했던 문화저변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다 보니 의욕이 앞섰고 너무 양적 팽창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늘어난 것은 행사와 단체일 뿐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발전키는데는 상대적으로 등한시 한 것이 아닌가 문화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반성을 해봅니다. 전체 도시민의 규모 또한 늘어났지만 정작 문화계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숫자는 사실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아울러주셨는데, 적기라고 표현한 현 시점에서의 문예부흥운동은 어떤 내용입니까.

"그 동안은 문화행사를 개최하는데 의미를 두거나 연례행사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각 예술인연합회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비판을 받아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비슷한 문화행사들을 다시 치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식상함을 느끼게되고 참여율 또한 떨어질 수 밖에요. 예술인들 또한 행사를 준비한는데 있어 즐겁기보다는 향후 받게 될 비판을 지레 염려하며 무거은 짐을 짊어진 것처럼 여길 정도입니다. 변화가 더딘 문화예술인들의 인프라가 이같은 부작용을 낳는 것입니다. 예술인 저변확대를 위해선 지역 대학에서 배출되는 예술학도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며 예술의 포자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다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행사에는 필요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오픈 마인드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할 수 있고, 무분별한 평가로 옥석이 전도되는 일도 사라질 것입니다."

-예술인들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셨지만 문화라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힘으로만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시민들에 대한 관점은 어떻습니까.

"전문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일명 '꾼'들의 숫자는 부끄럽게도 제자리걸음입니다만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문화예술 애호가들은 대폭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지역 문화예술행사의 수준을 가늠하며 쓴소리를 내뱉는 목소리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입니다. 문화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각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지요.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려는 이들의 욕구가 단순히 주어진 행사만을 좇아다니는 관람자의 태도를 벗어나 스스로 공연무대 및 전시회를 기획하는 단계까지 다달았습니다. 지역 예술인들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지요."

-지난 10년간 '생태와 산업의 공존'을 테마로 한 도시이미지는 이미 정착단계를 지난 것 같습니다. 지역예술계에서 '이제는 문화도시로!'라는 기치를 내세우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향후 울산시가 문화예술계를 위해 받쳐주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울산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한 태화강은 환경과 문화예술을 잇는 가장 중요한 대안입니다. 문화예술이 꽃 피려면 뿌리와 잎이 자랄 수 있도록 자양분이 필요하듯 주위 환경이 문화예술을 육성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요. 도시환경이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릇이 완성됐으니 그 안에 담을 내용물은 당연히 아름다운 문화예술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기반시설물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우선 예술의 높고 낮음을 떠나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이 더 필요합니다. 현 문화예술회관만으로는 대중지향적인 시민화합마당과 순수예술 분야를 동시에 아우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각종 행사가 몰리는 성수기에는 공연장을 구하지 못해 공연을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단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시립미술관, 문학관, 향토사자료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립미술관은 단순 전시장 기능으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 미술인들이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미술품 마켓의 역할까지 담당해 주어야하고, 지역출신 문인들의 소중한 문학작품들을 대외적으로 알려주고, 정서함양에 필요한 문학강연 등을 활성하는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 한사람당 차지할 수 있는 도서량에 대한 울산지역 현황이 전국 평균에 못미친다는 지난해 통계를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 새로이 불기 시작한 도서관 건립붐은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고서 900권, 서간문 고문서 1500여통을 제대로 관리하기에는 버거워서 국학진흥원에 기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들 귀중한 사료를 보관할 길이 없어 막막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런 문화기반시설물에 대해 더욱 아쉬운 감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 문화기반시설은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자양분이자 자극제입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산업 중심의 시설물에 우선 투자됐던 지원금을 이제는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문화시설물을 보강하는데 보다 더 투자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울산시가 최근 주도한 메세나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아울러 울산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제안할 사항이 있으십니까.

"메세나는 기부가 아닌 공생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메세나가 확대되면 점차 지역예술인들이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는 다시 시민들이 만족하는 문화가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각 기업이 단순히 예술단체에 지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사원 및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한 번 공연·전시장 방문하기'등의 캠페인을 벌인다면 앞서 밝힌 문예부흥운동의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예전과 달리 울산시를 대표하는 문화행사 외에도 각 구군별로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행사를 개발 중입니다. 그만큼 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반증이지요. 각 지자체별 문화정책위원회를 두고, 문화정책 및 혜택이 지역 곳곳에 균형적으로 안배되도록 유도하고, 이들 위원회를 기반으로 도심 전체의 문화정책을 일관되게 이끌어나가야 할 겁입니다."

정리=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박종해 울산예총 회장은

1942년 울산시 북구 송정동 출생. 경북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교단에서 활동하며 1968년 울산문인협회 회원으로 등록, 1980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김종길, 유종호 교수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울산지역혁신협의회-경상일보 공동기획

울산문인협회 회장, 경남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대구시인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예총 울산시연합회장, 제41회 처용문화제추진위원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를 맡고있다.

제1회 울산시문화상, 대구시인협회상, 엘트웰펜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이 강산 녹음방초'(민음사), '개불'(신생) 등 총 8권의 시집을 발표했으며 시동인지 '변방' 동인으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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