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참여 노인 83% "만족도 높다"
가장 참여하고픈 봉사분야 '노노케어'
봉사자 사전 교육 등 4대 보완장치 필요

'9988234'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만 앓다 죽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으로 노인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

뒷방 늙은이 취급받기를 거부하는 노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람찬 노후를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흐름에 맞춰 노인들은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찾고 있다.

전통 악기나 붓글씨 등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댄스나 당구와 같은 스포츠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기도 한다.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찾아가는 노인들도 있다. 지난 8일 울산 상공회의소에서 울산사랑운동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실버세대의 울산사랑 운동 참여방안 심포지엄'은 노인들의 봉사활동을 지역 사랑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

이날 춘해대 서화정 교수는 '노인의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실태연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울산지역 노인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확대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또 손달인 대한노인회 울산시연합회 회장과 전영미 울산과학대학 교수, 김혜림 울산발전연구원 도시계획실장이 토론자로 나서 노인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봉사활동 경험있는 노인들 만족도 높아

서화정 교수는 노인들의 평균 수명이 60세에서 80~90세로 늘어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로 노인이라는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꼽았다. 요즘은 적어도 80세까지는 누군가의 수발을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그 사회적 역할로 봉사활동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노인들의 봉사활동은 스스로 나이를 잊고 사회에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노인에 대한 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봉사활동을 통해 노인들의 지혜가 절로 발휘돼 크게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한다.

서 교수는 '노인의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실태연구'를 위해 지난 9월 한 달 동안 지역 내 5개 노인복지회관을 이용하는 노인 25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164명(65.3%)은 현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19명(7.6%)은 예전에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총 72.9%가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펼치고 있는 봉사활동은 45.2%(89명)를 차지한 가사활동이고 의료(35명), 환경정화(24명), 상담(17명), 교육(16명)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일주일에 2~3회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노인들이 32.5%(55명)로 가장 높게 나왔다.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2%(111명)로 가장 많았고, 보람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과 지식·경험을 이용할 수 있어서라는 대답이 각각 17.9%와 6.1%를 기록했다. 그 외에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싶어서, 사회적 책임 또는 흥미롭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한다는 노인들도 있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노인들 중 82.7%는 봉사활동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불만족한다'는 응답자는 4명(2.3%)에 불과해 노인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봉사활동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답한 노인이 171명(73.1%)으로 의향이 없다고 말한 63명(29.6%)에 비해 약 2.7배 높게 나타났다.

봉사하고 싶은 분야로는 135명(73.4%)이 노인이라고 꼽아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아동(13%), 장애인(8.2%) 분야가 뒤따랐다. 노노케어에 있어 노인들의 역할이 크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실제 노인들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노인들 중 58.2%는 봉사활동을 하기 전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68.7%가 교육이 봉사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노인들의 봉사활동은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사랑이 기반임을 입증했다.

◇노인 자원봉사 관리기구 마련해야

서 교수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크게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 개발,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 실시, 보험제도·보상제도와 같은 노인 봉사자를 위한 제도 정비, 노인 봉사자를 관리하는 기구 설치 등 총 4가지를 제안했고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오고 갔다.

노인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구 설립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서 교수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 프로그램 개발에서부터 봉사자 모집, 교육, 사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마련된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노인들의 봉사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달인 대한노인회 울산시연합회 회장은 "먹고 살기 바쁜 세월을 보낸 노인들이 하루 24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어도 보람된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노인들의 어려움을 토로한 뒤 "기구가 설립되면 노인들이 보다 쉽게 봉사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몸이 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봉사활동을 하는데 큰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 때문에 서 교수는 자원봉사 보험제도를 도입하면 노인들이 보다 봉사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형미 울산과학대 교수는 예산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울산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나 보험회사를 상대로 기부·기탁을 받는형태로 후원자를 개발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서 교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노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기 진작을 위해 적절한 보상제도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간행물 우송, 교양강좌 개설, 표창 등 정신적 만족을 주는 보상과 약간의 교통비나 식사를 제공하는 경제적 보상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손달인 회장은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에 접어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본 기억이 없다는 점을 가장 많이 후회한다"며 "노인이라도 좀 더 치열하게 봉사하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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