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자원부가 입안한 '지역분류제도'를 둘러싸고 동남권 지역, 특히 부산과 울산 상공계의 반발이 거세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분류제도'는 전국의 234개 시·군을 인구 경제 재정 복지 인프라 수준 등을 고려하여 낙후지역(1그룹), 정체지역(2그룹), 성장지역(3그룹), 발전지역(4그룹)으로 분류한 다음 그룹별로 법인세 감면과 정부보조금 지원 등에 차등을 둠으로써, 낙후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앞당기겠다는 정책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입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산과 울산은 수도권 7개 지역 및 충청권 10개 지역과 동일한 성장지역(3그룹)으로 분류됨으로써, 기업들이 부산과 울산 보다는 수도권 외곽이나 충청권으로 이전하거나 창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동남권 지역의 상공인들은 지난 1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간담회에서, 동남권을 수도권 일부 지역과 함께 3그룹으로 분류한 것은 비수도권 지방도시의 여건과 실정을 무시한 발상이므로 정부의 지역분류(안)은 재조정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였다.

특히 울산상공회의소는 울산이 3그룹으로 분류됨에 따라 법인세 감면 혜택이 1·2그룹에 비해 적어지게 되어 기업창업과 입지 선정에 있어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이 줄어들게 되어 타 지역으로 이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표시하기도 하였다.

정부의 지역분류(안)은 우리나라 지역문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였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가장 발전된 지역으로 평가받는 동남경제권 지역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만약 현재의 정부(안)에 따라 낙후지역(1그룹)과 정체지역(2그룹)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동남경제권이 성장지역(3그룹)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며 자신들이 더 많은 법인세 감면 혜택과 정부 보조금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 동남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동남권 지역은 수도권에 대해서는 비수도권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낙후지역과 정체지역에 대해서는 성장지역으로서 의무를 지는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동남권은 앞으로 수도권에 대해 비수도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전략의 수립과 시행에 있어서도 자체의 자원에 더 많이 의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요컨대 동남권은 자신만의 분명한 지역적 비전을 통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강력한 실천의지를 바탕으로 이를 추진한다는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남경제권은 수도권에 대칭되는 우리나라 제2의 성장축인 것은 틀림없지만, 기계, 자동차, 조선 등 전통 중화학공업에 특화되어 21세기를 주도하는 IT산업의 기반이 약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정부가 집중적인 육성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에 있어서도 수도권에 비해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 동남권이 현재 봉착해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비수도권 전체의 이익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산과 울산, 경남이 연합,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고 그것을 통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필요하다면 큐슈 등 인근 해외지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여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통합 동남경제권의 금융수요를 원활하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역금융기관도 단순 대출업무를 벗어나 중기 IB업무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장호 부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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