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는 일방로가 아니라 양방로다. 일방로는 지배와 종속의 길이기 십상이다. 또한, 모방의 길이며, 단색의 길일뿐이다. 지배와 종속, 모방과 단색의 길이 창조의 길이 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읽은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문득, 이 글을 읽으면서 지방의회를 실크로드에 대입해 봤다. 물론, 결론은 아직까지 지방의회가 실크로드로 대접받기에는 적지않은 한계와 많은 어려움에 놓여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방의회가 실크로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는다면 시대와 세월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도 처음엔 완성된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길도 있고 길이 아닌 곳도 있었을 것이다. 군데군데 끊어지고 막힌 곳이 이어지고 뚫리면서 실크로드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실크로드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오류와 실패 또한, 반복되었을 것이다. 실패와 오류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변화를 거듭하면서 실크로드는 제모습을 하나하나 갖추게 되지 않았나 미루어 짐작해본다.

우리나라의 지방의회 또한 순탄한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건국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 시작을 알리며 이어져오던 지방의회는 군정이 들어서면서 명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무려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3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의 공백 때문에 우리의 지방의회는 그만큼 후퇴할 수밖에 없었으며, 풀뿌리민주주의의 기초가 허약해지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끊어진 다리를 이어나가듯 지난 16년간 지방의회는 무수히 많은 오류와 실패를 밑거름으로 부단히 혁신하고 변화의 속도를 앞당기며 풀뿌리민주주의의 초석을 튼튼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한축으로, 지방분권 활성화의 중심축이 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보다 윤기있고, 풍요롭게 하는 신뢰와 믿음의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모방과 단색의 일방로였던 실크로드가 실패와 오류 속에 변화를 지속하며 창조의 양방로가 되었듯, 지방의회도 한걸음씩 전진하면서 더 나은 소통의 양방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주민의 신탁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지위와 기능은 지대하다.

지방의원은 인품과 식견을 갖추어야 하며, 더불어 정치, 행정능력 및 전문지식을 겸비하여야 한다. 요즈음, 전국적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에 부정적 시각 또한 만만찮다. 지방분권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갈수록 행정이 다양하고 복잡해져 전문성이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용이하지 않지만 의회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목적수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소중한 주권으로 뽑은 우리의 일꾼들이 한데 어울려 활동하는 지방의회가 울산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랑과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신규태 울산시중구의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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