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으면 인생의 전부를 잃는다고 한다. 명예도 부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후에 건강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 수영, 자전거타기가 좋다고들 했다. 그러나 달리기는 무릎관절에 무리가 올수 있다. 수영은 환경이 여의치 못해 생활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70이 넘어서 자전거를 배웠고, 이제 일년 남짓 됐다. 처음에는 손자들이 뒤에서 잡아주고 밀고 하면서 수십번 넘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자식들이 사준 입문용 산악자전거를 타고 난후 무릎과 허리 통증이 없어지고 식욕도 왕성해졌다. 자전거를 이용해 자연을 감상하고 즐기면서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기도 했다. 점점 타는 요령도 늘고 기계적인 구조도 알게 되었다.

자전거의 매력에 빠져 거의 매일 타다시피하자 삼성MTB(http://www.samsungmtb.com/) 사장이 '울주 7봉 전국 MTB 챌린지'가 있다면서 참가신청을 해주었다. 동호회 회원들에게 폐가 된다고 사양했지만 시합이 아닌 완주 목적의 자유 라이딩 형식의 투어링이라고 해서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기술도 배우고, 나의 체력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다니면서 하늘 높이 구름에 가려있는 영남 알프스를 올려다 보면서 항상 동경해왔던 터라 그 곳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간다는 사실도 가슴 설레었다.

대회가 열리는 날 새벽 3시에 일어나 동료들과 함께 집결지로 갔다. 진행요원들이 보이고 깔끔하게 정리된 행사장을 보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가슴에 번호판을 달고 동호회 회원들 대열에 섰다. 마음도 몸도 가벼워졌다. 드디어 출발했다. 작천정을 지나 포장도로를 달리자 주변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천을 끼고 코스모스 길을 달리는 상쾌함이 더 없이 즐거웠다. 임도를 따라 동호인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가는데 급한 경사에서는 앞바퀴가 들리는 기분이 들어 자세를 앞으로 낮추고 페달을 밟았다. 등산객들도 박수로 격려해주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힘차게 달려갔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 간월재에 올랐다. 바람이 너무나 시원했다. 주변의 억새풀 군락도 아름다웠다. 황금빛의 들판과 산들, 그리고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다시 임도를 따라 다운 힐하는데 큰 돌이 튈 때마다 자전거가 좌우로 요동을 쳤다. 핸들에 힘을 주고 빠른 속도로 하산했다.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격려해주고 도움이 필요한지도 확인하면서 내려갔다. 사장님과 회장님이 기다리면서 격려해주었기에 지정된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멋진 완주메달과 산뜻한 색깔의 저지도 받았다. 쉬는 동안에 주최 측에서 제공한 신불산 온천도 하고 오후 마지막 행사에 참가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최고령자 특별상을 받게 됐다. 많은 기념품을 받은 것도 미안한데 상이라니, 분에 넘치는 것 같았다. 최고령자로서 주변사람들에게 나도 할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면 그 이상 보람이 없을 것이다.

국민건강과 환경보전을 위해 자전거가 생활화될 때까지 홍보하고 실천하는데 여생을 보내려고 한다. 나의 전공을 살려 자전거 도로와 운동을 확대하는 일에도 적극 동참할 것이며 자전거학회에도 참여하여 좋은 논문을 발표하려고 한다.

산악자전거와 사이클이 보편화되려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울주 7봉 MTB 챌린지'와 같이 동기부여도 있어야 한다. 질서정연하게 행사를 잘 마무리해준 울주군청과 경상일보, 월간 자전거생활, 그리고 울산시산악자전거연합회에 감사를 드린다. 매년 진일보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참가할 것을 다짐한다.

한건모 전 동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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