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숙원이었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FTA 체결국가의 대열에 들어서게 됐다. 지난 99년 9월 양국 정상의 합의로 시작된 FTA 협상은 한국이 공산품, 칠레가 농산물 분야에서 한발씩 양보, 상품양허안 문제가 해소되면서 무난한 타결이 예상됐으나 막판에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로 결렬 위기로 몰리기도 했다.

 한.칠레 FTA는 경제적 실익보다는 한국이 맺은 첫 FTA로서 협상 노하우 습득을 통한 여타 국가와의 FTA 협상을 가속화하는 전기를 마련한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다자주의와 함께 세계 경제질서의 한 축인 지역주의라는 추세에 우리도 가담, 지역무역협정의 국제적 외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 한 약속은 지킨다는 사실을 통해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연내에 양국 외교장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정식 서명식을 갖고 국회비준을 거쳐 내년 상반기 안에 FTA를 정식 발효한다는 계획이지만 농민들의 반발에다 한나라당의 유보적 태도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시각도 있다.

 불완전하나마 양국이 지지부진하던 협상을 지난 8월 이후 본격화한 것은 연말까지 FTA를 타결하겠다는 정부 의지와 한국에 아시아권의 교두보를 마련한뒤 다른 국가와 FTA 협상을 서둘러야 하는 칠레측 사정이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인 무선전화기와 컬러TV, 승용차.화물차 등이 즉시 무관세화 품목에 속한 것은 잘된 일이지만 타이어, 철강, 섬유같은 공산품은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부상됐던 투자.서비스 협상부문의 금융서비스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 양국 모두 한발씩 양보한 셈이 됐다. 다소 아쉬운 점은 비교열위 상품인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비교우위 상품인 공산품에서의 이득을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연내 FTA 체결을 목표로 한 상황에서 시간에 쫓겼고 국내 농가의 피해와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다보니 공산품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을 일정부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 체결로 국내 농가가 일정부분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후속대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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