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유치경쟁이 대학간 경쟁을 넘어 광역자치단체간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접한 경북의 경우 최근 경북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장 도지사)가 광역단체별 로스쿨 1개교 이상 설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제출했고, 경남 역시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9일 경남지역 대학에 1곳 이상의 로스쿨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교육부장관과 로스쿨 설치 심사기구인 법학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러한 유치경쟁은 지역내 로스쿨 유치가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해당 지역의 산업특성에 기반한 특성화된 로스쿨을 유치함으로써 전문법조인 양성 및 전문법률서비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내 로스쿨 유치는 우수한 법률교육이수자들의 역외 유출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의 환류를 촉진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서 배출돼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시스템이 바로 로스쿨 제도가 지향해야할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처럼 광역단체간 로스쿨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 울산은 행정권역내 로스쿨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이 없다는 이유로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지역의 경제적 특성을 감안할 경우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국내 최대의 중화학단지가 위치한 울산은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본사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밀집해 있지만 기업들의 법률서비스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곳이다. 변호사 1인당 인구수로 보더라도 울산은 2만2310명으로 전국 평균(7500명)의 3배에 이르며, 인근 부산(1만2090명)과 비교해도 2배에 이르고 있다(2004.11기준).

특히 기업법무의 경우 본사가 지역내 위치해 있어도 서울의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활동의 국제화와 개방화가 진전될수록 기업들이 당면하는 법률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취약한 울산의 법률서비스 기반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을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광역시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3Km이내에 위치에 있는 영산대학교가 로스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산대가 위치한 양산시 웅상·서창지역은 비록 행정권역은 다르나 울산지역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고 주민 다수가 울산에 직장을 두고 있어 동일 경제생활권역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권역 또한 울산지방법원 관할로 동일하다. 생활권역이 울산에 위치해 있고 재학생의 절반가량이 울산지역 학생들로 이루어진 영산대학교가 로스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음은 비단 대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영산대학교 로스쿨이 울산과 창원을 잇는 국내최대의 중화학·기계공업벨트의 특성에 기반하여 기업법무(노동·환경)를 특성화 방향으로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울·경 지역은 크게 보아 하나의 거대 광역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 경제적·산업적 특성은 결코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부산에서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대와 동아대는 주로 부산의 산업적 특성에 맞추어 항만, 금융 등을 특성화 방향으로 정하고 있다.

영산대학교를 포함한 4개 대학이 거대 광역권 내에서 로스쿨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울산의 지역적 특성과 법률수요에 부합하는 대학이 로스쿨을 유치하는 것은 울산의 산업·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울산의 대학들은 그동안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전국 최고의 취업률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는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대학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지역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 동일 생활사법권내 법률수요에 부합하는 특성화된 로스쿨을 유치할 경우 울산의 지역발전은 더욱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종근 울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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