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1905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늑결이 체결된 날인 것이다.

당시 '을사조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궁내를 비롯해 전국에 알려지자 의정부 참찬이었던 이상설을 비롯한 대신들이 분개하여 조약의 부당성을 성토하며 상소를 올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자 시종무 관장이었던 민영환은 그 자리에서 자결, 순직했다. 그 뒤를 이어 수많은 대신들과 관료들이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했고 전국 각지에 의병운동으로 파급돼 수많은 선열들이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록에 의하면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순국한 선열은 약 9만6000여 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헌상 확인된 수치이며 실제 순국하신 선열은 30만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불행한 역사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 1939년 11월21일 한국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정원 제31회 총회에서 11월17일을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임시정부에서 기념행사를 거행토록 하였다.

해방 후에는 민간단체에서 주관하다가 1977년부터 정부기념일로 복원하여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독립정신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금년에도 효창공원에 있는 백범기념관에서 원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유가족, 정부 주요인사,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기념 행사가 행해진다. 지방에서도 추모제와 학술세미나 등 계기행사를 거행하며, 독립운동의 주요 활동지였던 카자흐스탄에서도 민족의 자긍심을 고양시키기 위해 기념행사를 추진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 중에 11월17일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확한 숫자는 제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숫자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그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바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들의 무관심이 더 큰 원인일 것이다.

얼마 전에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한·중·일 3국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쟁이 일어나면 앞장서 싸우겠다'는 응답이 일본 학생들의 경우 약 40%로 나온 반면 우리 한국 학생들은 약 10%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가적 자긍심을 묻는 질문에서도 중국은 약 60%가 '스스로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한 반면 우리의 경우는 약 38%만이 대한민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물론 조사방법과 조사시점 그리고 설문 당시의 상황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청소년들 의식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지난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한 선각자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지금부터 백여년 전 일제에 국권이 침탈당하던 날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 모습을 상기하면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봄은 어떠할는지?

김평욱 울산보훈지청 보훈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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