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충남 목천에 있는 독립기념관에 다녀왔다. 2004년 광복절 행사에 다녀온 후 3년만이다. 필자와 독립기념관은 참 인연이 깊다. 개관식부터 시작하여 현충시설 탐방, 광복절 경축행사 참석 등 여러 번 다녀왔다. 이번에 독립기념관에 간 것은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태어난 제4전시실인 '겨레의 함성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독립기념관이 개관한 지 20주년인 금년에 다시 찾아보는 것도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독립기념관 건립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이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그 뿌리가 깊고 연원도 오래되었다. 근본적으로 1945년 8월 패전 이후 전후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인접한 한국과 중국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첫 사례는 1982년에 발생하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반발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한 결과, 성금과 과실금을 합쳐 681억원의 기금이 조성되었고, 이 기금을 바탕으로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개관 경축기념식은 1987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마당'에서 제42주년 광복절 행사와 함께 거행되었는데 3부요인, 각계대표, 광복회원, 해외교민, 지역주민 등 1만7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경건하며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독립기념관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때부터 문화관광부에서 업무를 관장하여 왔는데, 1987년 개관 이후 전시 내용과 기법상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고, 주 관람층인 청소년들에게 감동과 흥미를 유발시키기에 한계가 있어 높아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추는데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해마다 관람객이 줄었고, 일부 언론의 질타를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2005년 독립기념관 관리·감독권한이 국가보훈처로 이관된 후에 TF팀을 구성하여 '독립기념관 활성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하였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21억원을 투입하여 모든 전시관과 부대시설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 중심의 전시와 첨단기법을 활용한 동적·입체적인 자료의 전시, 관람 편의를 위한 터치스크린 시스템 설치, MP3 Player 무인안내시스템 도입을 추진함과 더불어 주차장 진입로 개선, 관람 동선상 다양한 볼거리·편의시설 설치, 교육안내센터 설립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60개 언어로 번역되어 3200만 권 이상 팔렸다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 때문이겠지만, 유태인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살다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안네 프랑크의 가족이 숨어살았던 '안네 프랑크의 집'(Anne Frank Huis)을 보려고 세계 각지에서 연간 8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모여든다고 한다. 조그만 다락방과 독립기념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지만, 인지도와 홍보에 따라 그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립기념관 활성화 5개년 계획'이 완성되면 독립기념관의 이미지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고, 브랜드 가치도 제고될 것이다. 또한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도 즐겨 찾는 필수 관광코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각자 취향과 시간에 맞춰 관람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해설사가 자세하게 안내와 설명도 해준다. 내년부터는 입장료도 받지 않을 계획이다.

독립기념관은 조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몸 바친 선열들의 어록, 손때 묻은 자료들을 수집하여 전시하는 곳이다. 공휴일에 가족과 함께 자연을 즐기고, 자녀들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길러주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난 극복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울산시민들에게 기회가 되면 독립기념관을 찾아 달라진 모습을 구경할 것을 권한다.

김선기 울산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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