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와서 암의 발생률과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매년 신규 암환자가 12만여 명에 이르며, 전체 암환자는 36만 여명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도 사망 및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180명이 암으로 사망하여 전체사망원인의 27%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는 실제로 암 발생이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지만, 대체로 수명이 길어지고 다른 질병은 예방 또는 완치율이 높은 반면 암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병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며 혹시 암이라도 진단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을 하며, 병원 가기를 기피한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의 병법 구절처럼,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암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이 암을 일으켰고, 현재의 상태는 어떠하며,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후는…'이라는 질문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암을 극복하는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암(癌, cancer)은 통제되지 않고 계속 자라는 병으로, 악성 종양 또는 종양이라고 부른다. 반면, 발육 속도가 완만하면서 성장에 한계가 있고 침윤이나 전이를 일으키지 않는 종양을 양성 종양이라고 한다. 우리 신체는 세포 성장과 발달을 통제하며, 세포가 성숙하게 되면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한다. 그러나 암은 이런 통제 과정이 작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 손가락은 길이가 일정하게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데, 이 손가락이 계속 자라면 그것이 바로 암인 것이다.

암이 발생하면 "왜 하필 나에게 생겼는가?" 하고 묻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왜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악성 종양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함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암은 암 발생 가능성을 가진 유전자가 환경적 요인과 상호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대의 의학으로는 타고나는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암이 생기는 환경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암의 예방에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암은 3분의 1이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검진으로 완치가 가능하며, 나머지 3분의 1도 적절한 치료로 완화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에 따르면 암 발생 원인의 80%는 개인의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흡연과 식이가 각각 30%씩을 차지하고, 만성 감염(18%)과 직업(5%), 생식요인 및 호르몬(5%), 유전(4%) 등도 주요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흡연과 식이 부분이다. 환경 또는 선천적 원인들과 달리 흡연과 식이 부분은 개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생활습관이라는 사실과 습관을 바꾸면 암을 100%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습관을 바꾸는 일 역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만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면 충분히 노력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책 <무지개 원리>의 저자 차동엽 신부는 '습관이란 꾸준한 훈련을 통해 고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이 책에서 '21의 법칙'과 '100번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어떠한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21일 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 공군 조종사들이 훈련과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면 최소한 21번 연습해야 한다는 '21번의 법칙'을 응용한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100번의 법칙' 역시 거머리도 100번 충격을 주면 더 이상 달라붙지 않는다는 실험에서 나온 법칙으로 거머리가 100번에 통했다면, 사람이 100번 반복해서 안 될 것이 없다는 법칙이다.

좋은 습관은 비단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습관이 작은 행동이 반복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과 노력에 의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라며, 지금이라도 나쁜 습관이 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들기를 바란다.

박상규 울산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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