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수필가이자, 한글학자이자, 교육자로 "고고한" 일생을 보낸 고 조홍제 선생의 전집 〈달맞이꽃은 달 없는 밤에도 핀다〉(도서출판 제일)가 발간됐다.

 지역내 문인들과 제자, 후배들로 구성된 조홍제선생전집발간추진위원회(위원장 양명학)가 뜻을 모아 600여쪽의 신국판으로 펴냈다.

 양명학 위원장은 "칠십여년 생애를 살면서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잔잔한 호수처럼, 은근한 야산처럼 우리 곁에서 백학의 고고와 매화의 암향을 일깨워주신 선생님의 삶을 그대로 흩어 재가 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발간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는 조홍제선생이 생전에 펴낸 시집 〈내일은 비가 와도〉와 수필집 〈아사날 엇디하릿고〉에 실린 글과 이 두 책에 실리지 않은 시 26편과 수필 11편이 함께 실려 그의 만년의 글을 대할 수 있다. 그의 글은 산문이건 시이건 꾸밈이 없어 소박하면서도 직설적인 강함을 갖고 있다.

 "아내의 목은 길고/ 내 목은 짧다/ 그래도 우리의 궁합은/ 잘 맞는 장단이지// 아내의 얘기는 길고/ 내 말은 짧다/ 그래도 우리의 대화/ 화음하는 장단이지// 길고 짧은 것은/ 상반되는데/ 서로가 잘 어울리면/ 장단 맞단다/ 우리의 장단은 어느 쪽인지"(〈장단〉 전문)

 또한 현대문학 처용촌 울산문학 등에 실었던 한글과 방언에 관련된 산문도 정리했다. 그의 역작인 〈울산방언〉을 통해 한글연구에 관한 그의 깊이는 이미 알려져 있지만 이 책에 실린 〈울산말의 특질〉을 보면 이미 1970년부터 한글과 방언연구에 깊이를 갖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실린 추모글들을 통해 그의 인품도 엿볼 수 있다. 울산에서 나서 울산농고를 시작으로 평생을 울산에 있는 학교에서 보낸 그는 후배와 제자, 친구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지역문화계의 선배인 김태근씨는 "천성적으로 영혼이 깨끗한 우리의 선비였다"며 "평생동안 이 영혼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쓰고 그것의 가르침에 따라 살다갔다"고 회고했다.

 지난 25일 태화호텔 연회장에서 가진 출판기념회에는 유족들과 김태근 최희씨 등 지역원로예술인, 울산농고 동기이자 시인인 이상숙씨, 최종두 양명학 김헌경씨 등 제자들, 후배 예술인 등 200여명이 참여해 축하했다.

 조홍제씨는 1926년 농소 출생으로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40여년간 교직에 몸담았으며 문협울산지부 창립 회원으로 참여해 회장을 지냈고, 한글학회회원, 울산예총부지부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3월 타계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