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을 하였더라도 소문 안나게 조용히 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대는 자기 PR시대다. 따라서 생색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 한 자기 일이 되었든, 남의 일이 되었든 좋은 일은 가능한 한 여기저기 많이 알려 각박한 사회 구석구석을 미담으로 훈훈하게 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가뜩이나 여러가지로 사회가 어수선하고 환절기라 그런지 날씨도 쌀쌀하여 자꾸만 몸을 움츠려들게 하는 요즈음은 몸과 마음을 풀어 줄 따스한 온기가 더더욱 절실하다.

 올해 초 울산지방변호사회 소속의 박상호 변호사가 간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한 사실이 있었다. 한참 활동하여야 할 나이의 젊고 유능한 변호사가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인이 사망할 당시의 안타까운 마음도 이젠 조금씩 아물어 갈 즈음에 최근 다시 한번 고인을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세상을 떠나기 전 고인은 친구인 울산대 최해광 외래교수에게 자신이 평소 소장하고 있던 귀중한 법학도서 1천 74권을 고향 대학인 울산대에 기증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인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도 고인은 신병을 비관하는 대신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울산을 위하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자 한 것이다.

 최근의 신문보도에 따르면 책기증을 대리한 최교수는 "운명하기 전 "죽어서라도 고향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고인의 뜻을 받들어 후학들을 위해 책을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기증도서 가운데는 고 박변호사가 울산지역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 "일본법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모은 21세기 일본의 지방자치전략을 다룬 "자치행정의 기업" 7권, "계약법대계" 7권, "현대노동법 강좌" 14권 등 일본 법학서적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판례집" 2권, "채권법" 등 법규집 20권 등 희귀본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고인은 자신의 모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생전에도 고향 대학인 울산대 학생들에게 법전을 선물로 주는 등 울산 사랑이 남달랐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삶을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고인을 위하여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어 명복을 비는 바이다. 방법이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고인의 삶은 공익성을 겸유하는 변호사의 삶이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 것인가를 그 나름의 방식대로 몸소 보여준 것이라 할 것이다.

 울산지방변호사회는 울산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소속변호사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시민들의 전화상담에 응하는 당직 변호사제도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즉 지역신문에 매일 그날의 당직 변호사를 공고하여 시민들이 직접 해당 변호사와 전화를 통하여 무료로 법률적인 애로사항을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든 소속변호사가 변호사 직역의 공익성을 실체적으로 체험하게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높다고만 인식하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서의 의미가 있다.

 그런데 취지가 아주 좋은데 반해 시민들의 참여가 기대 이하로 저조하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시민들이 당직변호사제도의 존재자체부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시민들에게 당직 변호사 제도에 대한 홍보를 좀더 구체적이면서 지속적으로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더불어 시민들도 당직 변호사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주었으면 한다.

 그 외에도 변호사들은 무료 법률상담, 형사사건에서 무자력자의 국선변론 등 공익적 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가까운 이웃으로서의 변호사상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인 바 이 지면을 빌어 그 노력이 조금이나마 홍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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