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스러움으로 이름을 떨친 왕이 있었다. 하지만 왕에게는 늘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백성들 표정에 왕에 대한 두려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한 현자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백성들이 행복하게 살길 진심으로 원하오. 그런데 그들은 나의 마음을 모른 채 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소."

가만히 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자가 말했다.

"사자와 같은 용맹함과 독수리와 같은 지혜는 백성들에게 행복의 조건을 제공해 줍니다. 하지만 그 행복의 조건을 백성의 마음속에 심어 주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그래, 그것이 대체 무엇이요?"

"바로 거북의 걸음걸이입니다. 거북은 자신의 배와 심장을 땅에 붙이고 갑니다. 따라서 더디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지만, 거북은 느림의 대가로 얻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땅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가슴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폐하께서도 땅에 심장을 맞댄 채 걸어가는 거북의 느린 걸음걸이를 배우십시오. 용맹함과 지혜를 갖추신 폐하께서 백성들 얼굴에 진정한 행복이 나타나도록 하실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리더'이다. 작게는 자신의 삶을 이끌 인생의 리더이고, 또 가정에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상황에 따라 작은 리더이며, 직장에서도 선배가 되고, 후배가 되는 우리는 모두 리더인 셈이다.

크건 작건 어떤 조직이 일정한 성취를 이룸에 있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건 말할 필요가 없다. 일 잘하는 부서, 실적 좋은 부서, 성장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훌륭한 리더가 있기 마련이다. 환율하락과 고유가로 모두가 어려운, 이런 때일수록 리더의 가치관과 역할은 빛을 발하게 된다.

모름지기 리더는 강제적인 방법과 위협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신이 소속된 구성원들의 능력을 배가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 구성원 모두에게 고루 역할을 나눠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싶다.

그래서 거북의 걸음이 필요한 것이다. 용맹과 지혜만 갖추어서는 진정으로 따르는 부하나 후배가 생기지 않는다. 별다른 문제가 없을 때는 원만하게 돌아가겠지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구성원들이 따뜻한 가슴으로 연결돼 있지 않으면 삐거덕거릴 수 밖에 없다. 매사를 자신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하는 원동력은 사자의 용맹이나 독수리의 지혜가 아니라 배와 심장을 땅에 붙이고 걸어가는 거북의 느린 걸음인 것이다.

자신감을 불어 넣는 격려의 말 한마디가 가혹한 채찍보다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부하직원들을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마음을 열어놓고 어려움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조직에서 가장 가치있는 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이란 자원은 물품이나 기기, 자본과는 달리 신바람이 나면 성과가 무한정 상승한다. 신바람이 나는 조직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구성원을 신바람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구성원들의 능력을 믿어주고 일을 맡기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 다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어야 한다. 구성원 모두를 유능한 인재로 키워 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한다면 존경받는 리더,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아내가 남편을 존경하여 눈 위로 밥상을 받들어 올린다는 거안제미(擧案齊眉), 그 크기가 태산이나 북두성과 같아 절로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는 태산북두(泰山北斗), 그리고 따르기는 하되 존경하는 마음은 없는 견마지양(犬馬之養)이다. 어떤 존경을 받을 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있다.

전정도 성진지오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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