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수영대회를 위해 기우제도 지내고 가뭄에 사연댐 물 130만곘을 방류하면서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최근에 울산 모든 하천들이 '유지용수 확보 방안 찾기' 붐을 이룬다.

필자도 모 하천의 유지용수 확보방안에 대해 자문위원으로 의견을 내야 할 처지다. 며칠을 해결책이 뭘까 고민하다가, '지금 하천에 왜 물이 없는가?'에 대해 자문하고 답하기를 수차례 끝에 '하천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달라졌기'때문이라고 결론을 얻었다. 강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면 하천유지용수 걱정은 없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지금의 각 하천별 용역에서 제시하는 강바닥의 여과수와 바닷물을 퍼 올리고 공업용수를 팔아먹고 남은 하천수를 다시 상류로 올리겠다는 안은 하천을 두 번 이상 죽이는 결과를 얻게 되어 시나 구·군이 원하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하천이 못된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에 대해 정확하게 진찰하고 약을 처방하듯'이 '하천 본래의 모습을 알고'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다.

태화강의 하상여과수와 지하수에 대한 잘못된 선택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와 시의회의 지적이 있었기에 오늘은 여천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920년대 이전의 여천천은 지금의 삼산, 여천쓰레기매립장 부근이 염습지로서 바닷물과 민물이 함께 만나는 곳임이 옛 지도를 통해 확인됐다. 또한 옛 울산호텔 부근이 '나룻터'로서 바닷물과 고기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여천천이 지금과 같이 변해버렸는가. 일제에 의해 현재 울산항으로 가는 하천이 새롭게 생기면서 물이 분산되고 1984년부터 저습지를 쓰레기매립장으로 습지가 매립됐다. 또 태화강과 여천천이 만나는 지점에 배수장치가 설치되면서 바닷물은 못 들어오고 각종 생활하수의 찌꺼기들은 바다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려서 생활하수의 '마지막 침전지'가 되어 죽음의 하천이 된 것이다. 그나마 하천수량을 유지하던 생활하수도 대형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면서 사태는 심각해졌다. 이에 내놓은 방안이 태화강 최하류의 물을 펌프로 뽑아 올리는 일, 공업용수를 재이용하는 등 돈 즉, 세금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안을 최적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언 발 녹이겠다고 오줌을 누는 꼴이다.

여천천에 물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1920년대 이전의 여천천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선이다.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물길은 막아서 숲으로 조성, 공해차단역할을 하고 바닷물이 밀려올 수 있게 하고, 삼산쓰레기매립장 부근이 저습지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어린이공원이나 근린공원, 아파트부지 내 공원지하에 소형처리장을 만들어서 가정에서 사용했던 오수를 하천유지용수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리장을 만들 때 주차장도 지하에 같이 만들게 되면 하천도 살리고 주차문제도 해결된다. 소형하수종말처리에 대한 기술은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검증된 사례들이 많이 있는 만큼 부분적인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를 보고 확대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제라도 모든 강들에 대한 예전의 하천모습이 어떠했는지, 어디서 어떻게 물이 들어오고 나갔는지, 또 하천범람은 어떻게 일어나서 지금의 모습과 같은 하천이 되었는지에 대한 자연역사를 파악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이후 하천변에 대한 지하수개발 사용을 제한하고 저수지를 비롯한 호수공원을 많이 만들고 논을 메워서 개발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또한 도로, 아파트, 공장 등에서 우수재이용시스템을 갖춰서 물이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홍수에 대비한다고 '치수중심'의 하천정비보다는 일정규모의 '범람'이라는 강과 하천 원래의 생명기능을 부여하는 것 또한 생태도시, 지속가능한 하천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강에 물을 흐르게 해달라고 기우제를 지내고 식수를 뽑아 흘려보내는 코미디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윤석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