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은 아직도 신음하고 있다. 태화강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곪아있다.

 울산경실련빛사랑사진동우회(회장 김기모)가 오는 11월1일부터 5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2, 3전시장에서 갖는 회원전 "열두가지 풍경 태화강"은 흑백사진 95점으로 울산사람들의 아픈 가슴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아직은 아마추어라고 불러야할 사진동아리의 발표회이지만 12명의 회원들이 각자 하나의 테마를 정해 2년여동안 쉬지 않고 발품을 팔아 찾아낸 "태화강의 풍경"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서 고발성과 현장성, 작품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들의 사진을 담은 책도 함께 발간했다.

 김기모 회장은 강변의 교회를 하나의 축으로 설정하여 다양한 강변풍경을 뛰어난 구성미로 보여주는 〈교회가 있는 풍경〉, 심기수씨는 강물 오염의 진원지인 하수구에 렌즈를 맞추어 시민들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하수구가 있는 풍경〉 선택했다.

 손선군씨는 안개가 피어오르고 새가 날아가는 한가한 아침의 태화강을 서정적이면서도 을씨년스럽게 표현한 〈아침풍경〉, 이종길씨는 강변에 사는 평범한 촌부들을 어색한 그대로 노출시켜 정감을 더하는 〈사람이 있는 풍경〉을 내놓았다.

 이택윤씨는 태화강 대숲 속을 뒤져 버려진 쇼파와 스티로폼을 뚫고 나와 싱싱한 줄기를 내리고 서 있는 〈십리대숲 풍경〉, 윤동수씨는 유리창 안의 풍경과 태화강이 겹치는 풍경을 통해 우리의 일상과 태화강의 오염이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유리에 비친 풍경〉을 보여준다.

 김항규씨는 야구공, 플라스틱, 고무신 등 버려져 있는 작은 물건들을 통해 오늘의 태화강을 익살스럽게 고발하는 〈버려진 풍경〉, 류미숙씨는 새벽의 잔잔한 물 위에 비친 형상을 마치 아무런 배경이 없는 듯 묘사한 〈강물에 비친 풍경〉을 잡았다.

 구일씨는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다리 밑 풍경〉, 박현수씨는 새와 사람, 차들이 지나간 자리를 구도감있게 엮어낸 〈발자국이 있는 풍경〉을 담았다. 김병권씨는 새들의 〈살아있는 풍경〉을 통해 그래도 태화강을 되살릴 힘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을 지도한 사진가 우영일씨는 〈마지막 풍경〉을 통해 물고기나 새가 살 수 없는 세상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울산경실련빛사랑사진동우회는 96년부터 2002년까지 경실련이 마련한 사진교실의 수강생들로 구성된 단체로 매년 회원「전을 갖고 있으며 지난 99년 세번째 전시회부터 장애인을 담은 〈모두가 우리 아이〉와 쌍둥이를 담은 〈일란성 쌍둥이〉 등 테마를 가진 작품전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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