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읍 송대리(松臺里) 귀깃골 북쪽 화장산 중허리에는 높이 2m, 길이 6m, 넓이 25평 정도의 굴이 하나 있다. 바로 화장굴이다. 굴 안에는 염천 또는 옥천이라 부르는 샘이 있고, 화장암 절터도 있다.

 신라 때 화장산에 사냥꾼 내외가 살고 있었는데, 산에서 곰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곰에 물려 죽고 말았다.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마침내 찾아 나선 오누이는 눈 쌓인 산을 헤메다 그들 역시 산 속에서 죽고 말았다. 이 때 부모의 죽은 영혼이 자식들의 죽음을 가엾게 여기고 그 영혼을 복숭아꽃이 되게 하여 따뜻한 양지쪽에 피어나게 하였다.

 그 후 신라왕이 큰 병이 들었는데, 백약이 무효라서 신하들이 큰 근심을 하고 있었다. 이 때 한 의원이 복숭아꽃을 먹으면 병이 낫는다고 아뢰었다. 그러나 때가 겨울철이라 복숭아꽃을 구할 길이 없었다. 사자(使者)를 사방으로 보내어 이 꽃을 구하게 하였는데, 한 사자가 언양에 이르러 남문 밖에서 화장산 쪽을 보았더니 한 그루의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는게 아닌가.

 이를 본 사자는 뛸 듯이 기뻐하며 이 꽃을 꺾어 급히 환궁하여 왕께 드렸다. 이 꽃을 먹은 왕은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 그러나 사자가 그 꽃을 꺾었을 때 오빠의 넋은 대숲이 되고, 누이의 넋은 솔숲이 되었다 한다.

 이 때로부터 이 산은 꽃을 간직한 산이라는 뜻인 화장산(花藏山)으로 불리게 된 것 같다. 경각에 달린 왕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비방(秘方)이 한 겨울에 핀 복숭아꽃이었던 셈이다.

 "개구리 소년"들이 기어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안타까운 주검으로 부모들 앞에 나타났다. 채 영글지도 못한 봉오리인 채로 와룡산의 넋이 되고 말았다. 단지 개구리를 찾아 나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가난한 나뭇꾼의 아들과 딸인 티르티르와 미티르는 크리스마스 전날 밤 꿈속에 나타난 마법사 할멈의 부탁을 받고 파랑새를 찾아 추억의 나라와 미래의 나라로 길을 떠난다. 이 머나먼 여행은 꿈속의 일이었기에 꿈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개구리 소년들은 무지개를 잡으려 한 것도, 파랑새를 찾아 먼 길을 떠난 것도 아니다. 다만 개구리 몇 마리 잡으러 잠시 나갔을 뿐이다. 그들은 부모들의 피눈물을 머금고 와룡산의 복숭아꽃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화장산의 오누이 꽃들은 왕의 병이라도 고쳤다. 하지만 이들 애꿎은 소년들의 죽음은 대숲들과 솔숲들도 되지 못한 채 또 한번 꺾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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