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우리국민들의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이 6천여명에 불과하고 대상 지역도 10개 권역으로 제한돼 있지만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하는 방법으로 전국 규모의 조사를 실시한 것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오차범위를 감안하더라도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니코틴 중독을 정신질환의 한 유형으로 분류해 왔으나, 니코틴 중독을 25개 주요 정신질환에 포함시킨 것도 이번 조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니코틴 중독과 알코올 중독은 여자보다 남자의 유병률이 높았다. 반면 주요 우울장애(남 2.1%, 여 6.5%), 기분부전장애(남0.17%, 여1%), 강박장애(남0.6%, 여1.1%), 외상 후스트레스장애(남 0.7%, 여2.5%), 공황장애(남 0.1%, 여0.5%) 등 대부분의 기분.불안장애에 있어서는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여성이 남성 보다 감성적임을 이번 조사는 밝히고 있다.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를 보면 알코올 장애의 경우 남자는 이혼, 사별 등으로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긴 40대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 많았다. 여자의 경우 20대 미혼으로 농촌에 거주하고 고학력인 경우 상대적으로 알코올 중독이 많아 대조를 보인다.

우울장애의 경우 남녀 모두 45세를 넘기면서 유병률이 급격히 높아졌으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많았다. 또 농촌거주자로서 학력이 낮고 이혼, 사별, 실업 등이 닥쳤을 때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4년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의 전국 역학조사결과와 비교할 때 알코올 중독 평생유병률은 22%에서 16.3%로 낮아졌고, 성별로는 남자가 84년 42.8%에서 25.8%로 현저히 낮아진 반면 여자는 2.2%에서 6.6%로 크게 높아졌다. 이번 실태조사는 우리 국민의 정신질환 유병률이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정신질환 상담 전문인력 양성이나 치료시설 확충 등 정책적인 노력이 대폭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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