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랑인 국보 제285호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10만원권 도안 보조소재로 채택될 전망이다. 한국은행 홈페이지에서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고액권 도안 보조소재에 대한 국민 의견을 살펴본 바, 수 많은 국민들이 반구대 암각화의 보조 소재 채택에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의견을 보내 주었다. 누구 보다도 반구대 암각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화폐 도안 채택 소식을 대하는 감회가 새롭다.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지 어언 36년이 지났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간간히 지역작가의 창작 소재로 선보였을 뿐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더군다나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억은 암각화의 개념도 모른 채, 시커먼 탁본으로나마 어렴풋이 미술이나 역사 교과서에 겨우 찾아볼 정도이니 몇몇 관심있는 연구자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던 반구대 암각화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경기대회를 준비하던 울산광역시의 지역특화 문화 소재 발굴 노력과 중앙 정부의 지원으로 울산을 대표할 문화관광자원으로 기반을 다지고 부터이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가치 인식의 구체적인 성과로 말하자면, 우리나라 근대 포경의 상징인 장생포가 있는 울산이 경북 포항과 고래도시 이미지 선점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되고, 장생포 고래박물관 건립과 국립고래연구소 유치로 이어지게 된 것을 들수 있다.

하나의 지역문화 코드가 지역을 대표할 자원으로 정착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겪게 됨을 알 수 있는데, 필자가 지난 2000년에 개발한 반구대 암각화 모형(한국관광명품 제6호) 만 해도 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심사위원들 조차 암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별도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 심사를 받았던 일례가 있었고, 불과 몇년 전 암각화 진입로 확장이나 보존문제로 시끄러웠을 때도 중앙의 언론사 조차 반구대 암각화가 어디에 있는 무엇인지를 익혀가며 보도한 적이 있었다.

지난 10년간은 반구대 암각화가 숱한 어려움을 딛고 지역의 소중한 가치로 자리매김한 기간이었다면, 이번 화폐도안 채택으로 누리게 될 엄청난 지역홍보 파급효과는 울산이 산업과 생태, 문화와 관광이 조화를 이룬 도시로 시민 모두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현대중공업을 세운 정주영 회장이 1970년 12월, (천전리 암각화가 발견된 때) 당시 최고액권이던 오백원권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 주면서, 조선소도 짓기도 전에 당당히 유조선을 수주했던 일화가 말해 주듯이, 오늘날 10만원권 지폐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를 통해, 역사시대를 훨씬 넘어서 수천년 전 아득한 선사시대 때 부터 우수한 문화와 번영을 이룩한 민족임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고액권 보조소재 선정에서 독도가 빠진 대동여지도가 논란을 빚고 있는데 비해, 반구대 암각화는 국민 누구나 환영하는 분위기라 한국은행 발권당국도 한껏 고무된듯 하다.

최고액권 화폐 도안으로 채택된 반구대 암각화는 내년 암각화 박물관 개관과 더불어 다시 한번 암각화 붐이 일어날 것으로 보여, 암각화 도시 울산 방문의 해를 추진하고 2009년 세계 옹기 엑스포의 열기로 이어 지면서, 앞으로 더욱 더 전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서창원 지역홍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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