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연리(盤淵里)는 암각화가 있는 대곡리와 함께 언양읍을 이루고 있는 15개 법정리 가운데 가장 "변방"으로 꼽히는 마을로 "3무(無)마을"이다.

 울산에서 차편으로 불과 20여분, 언양에서 25분여 밖에 안걸리지만 도로도, 통신도,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도 없는 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진출입로가 없어 빙둘러 다녀야 한다. TV도 제대로 안나오는데다 흔해빠진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지역이 더 많다. 여건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없어 학생이라해야 여고생 2명이 고작이다.

 대곡리는 그나마 자연경관이 뛰어나 관광객을 위한 식당도 들어서 있고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지만 반연리는 법정리를 구성하는 최소 규모에도 못미쳐 "변방"으로서 서러움을 톡톡히 겪고 있다. 가막못안과 톳골(토곡, 텃골, 굼소) 2개 자연마을을 이루며 2개 마을 인구를 합쳐도 100명에도 채 못미친다.

 울산~언양간 국도변(사연교)에서 2㎞ 가까이 사연댐 방면으로 접어들어야 하는 데다 인구가 적다보니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혜택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마을 진입로나 제대로 열려 외부에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마을 주민들의 바람이다. 톳골은 그나마 범서면 사연리 곡연마을 쪽으로 길이 나 있어 거리가 먼 불편은 있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반면 가막못안마을은 울산에서 사연교를 지나 200m 정도 가다 오른편으로 접어드는 오솔길로 왕래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국도에 중앙선이 트여져 있지 않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울산방면으로는 접어들려면 중앙선 침범이 불가피하지만 좌우 시야가 좁아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행정구역상 언양읍에 속해 있어 언양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가막못안에서 시내버스를 타려면 2㎞ 가량 걸어 내려와서 다시 사연교까지 국도를 따라 내려가야만 한다.

 교통에 못지않게 주민들의 불만을 사는 것이 통신이다.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인 뚝배기같은 형상 탓에 전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TV를 온전하게 볼 수가 없다. 개별적으로 안테나를 설치해도 KBS1과 MBC방송만 겨우 흐릿하게 볼 수 있을 뿐 KBS2나 ubc, EBS 등의 채널은 "그림에 떡"이다. 김진철 반연리 이장(55)은 "유선방송에 가입하려해도 가구수가 적은데다 거리가 멀어 설치비용을 100만원 이상 요구해 포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휴대폰도 거의 무용지물이다. 011, 017, 016 할 것없이 통화가 되는 지역보다 안되는 곳이 더 많다. 톳골은 그나마 되다 안되다 하기도 하지만 가막못안은 완전 불통이다. 최근에 승마장과 유료낚시터가 생겨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도 통신회사에서 외면하고 있다.

 가막못안마을에서 가장 젊다는 박호동씨(61)는 "공기좋고 물 좋은것 빼고 나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며 "대중교통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가 있나, 그렇다고 변변한 행정지원이 따라 주기를 하나,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군의원 후보자들이 불편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하지만 수십년동안 변한 것이라고는 10년전에 진입로가 포장된 것 외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연결도 "하세월"이다. 어쩌다 연결이 되면 에러가 나기 십상이고 연결이 되려면 속도가 이만저만 느린 게 아니다. 광케이블이 깔려 있지 않아서 마을 전체 몇대 되지 않는 컴퓨터도 큰 소용이 없다.

 교통, 통신 등 불편한 게 많다보니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해야 가막못안마을의 여고생 2명이 전부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인 셈이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한 부분은 몸으로 때우며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이 반연리 주민의 대다수다. 그래서 평소에는 마을 분위기가 고즈넉함을 지나 외로움이 깃들여 있다.

 김두필 할머니(75)는 "홀로 살다보면 아파도 들여다 보는 자식도 없는데다 마을에 젊은이들마저 없어 외로울 때가 많다"며 "자식들은 나이많은 부모를 자주 찾아가는 게 가장 큰 효도"라고 말했다.

 반연리는 주말과 휴일이 돼야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마을로 변한다. 외부로 나가 있는 자녀들이 부모를 찾아오고 등산객이나 야생난 채취를 위한 방문객, 유료낚시터를 찾는 낚시꾼, 승마장을 찾는 사람 등 그나마 사람들의 왕래가 눈에 띤다.

 살고 있는 주민은 노인들이 절대다수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자식들에게 얹혀 있는 경우도 많다. 노부모 봉양에 따른 세금혜택과 가족수당을 타기 위해 주소를 옮겨 놓은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김진철 이장은 "주소를 반연리에 두지 않은 노인들이 늘어나 시·군에 경로당 건립을 건의해도 주민수가 부족하다며 자꾸만 후순위로 밀려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살다보면 불편도 습관이 되는 법. 사연댐이 생겨나면서 마을의 절반을 물속에 잃어버리고 여러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지만 몸에 밴 습관으로 이기고 사는 것이다.

 한 할머니는 "시장에 가려면 30분이상 걸어나가야 찻길을 만나는 등 불편한 점이야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세상에서 최고 아니냐"며 "동이 틀 무렵 사연댐 안개와 어우러지는 마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같다"고 말했다.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애착만큼 자연환경을 잘 이용한다. 마을이름에서 연상이 되듯 반연리는 암반이 많다. 그렇다보니 배수가 시원찮고 밭 작물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마을에는 고추나 마늘, 콩 보다도 배나무와 밤나무가 더 많다. 평지가 신통치않은 야산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배나무밭이 줄을 잇고 있다. 최석복기자 csb736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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