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2일 건축기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는 도시마다 특색있고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할 수 있게 하는 틀이 마련됐다는 의미다. 최근 건축사의 과다 공급과 건축경기의 후퇴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소식은 회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 회원들은 생존을 위한 삶의 경쟁에 지쳐 있는데, 이 법의 제정은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시원한 청량제 같은 것이다.

건축사는 건축의 최고 전문가다. 이번에 건축기본법이 통과됨으로써 우리 울산의 건축사들은 이제 울산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떠한 일들이 먼저 처리돼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그것이 바로 울산에 희망을 주는 일이다.

이번 건축기본법의 입법취지는 건축물이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건축물은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인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조정하고 수용하는 공적공간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장차 미래세대에 계승되는 문화유산으로서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또 최근 건축물의 미적 요소와 문화적 풍부성은 도시이미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산업과도 직결돼 있어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인식도 이번 기본법에 담겨있다.

이에 따라 이번 건축기본법을 통해 건축분야의 기본적인 정책이념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국민의 책무를 밝혀야 한다. 또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건축문화를 삶의 질과 복리향상에 이바지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이번 건축기본법의 주요 조항을 열거하면 이렇다.

우선 시·도건축위원회와 시·구·군 건축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건축정책위원회의 업무를 관련 위원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건축물 및 공간 환경의 개선과 건축문화 진흥을 위한 사업 등에 대해 국가보조 등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건축디자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축디자인 시범사업을 지정하고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건축 관련 민원이나 공공 설계업무, 도시개발사업 등의 시행에 있어서 민간 전문가를 위촉해 해당업무의 일부를 진행·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건축설계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는 설계경기 공모에 노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건축정책과 도시디자인을 위한 공간연구 활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울산의 건축환경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개척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울산시와 언론사의 후원으로 열린 세미나에서 미래도시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 정책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뜻깊은 것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울산만들기의 주제는 공해도시의 오명을 벗고 생태환경도시로 탈바꿈하려는 탁월한 노력으로 평가받았다. 건축인으로서 이러한 일련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에는 공공디자인 연구를 위한 총괄본부에 75명의 전담공무원들이 소속돼 있고, 부산 등 5개 광역시에는 7명의 도시디자인 전담 공무원이 CDO(Chief Design Officer)로 임명돼 있다.

우리 울산광역시는 몇 명이나 도시디자인 특별부서에 배치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 지금까지의 건축위원회 심의위원의 구성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관심사다. 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은 강한 기업이고, 디자인이 있는 도시는 미래를 이끌어간다.

세계 속의 명품도시 울산을 위해 지금이 바로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름다운 울산은 공무원 뿐만 아니라 건축인, 나아가 시민 모두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박재현 수영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