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친구 도우며 참보람
청소·말벗·놀이지도도 거뜬
'어려운 육체노동'은 선입견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 체득

겨울방학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해방감을 느끼기 위해 갖가지 계획을 세우고 또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그보다 남을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의 키를 한 뼘 더 성장시키는 것은 어떨까?

우신고등학교 봉사동아리 다솜(회장 최미진)은 한 달 평균 4회의 봉사활동을 통해 쑥쑥 자라고 있는 아름다운 청소년들이다.

◇봉사활동도 노는 것만큼 쉬워요

배려, 우정, 자신감, 기쁨….

우신고등학교 봉사동아리 다솜 학생들이 봉사활동 후 얻은 것이다.

31명의 학생들은 '봉사활동'이 주는 행복한 기운 덕분인지 더 생기발랄했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주말이면 하루종일 집에서 TV를 보거나 게임에 푹 빠지고 싶은 여유를 가져본 지 오래다. 친구들과 멋을 내고 시내에 나가 노는 것도 애당초 포기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얻었다. 선·후배, 친구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정도 더 돈독해졌다.

2학년 정예림양은 "태연재활원에서 처음 봉사활동 할 때 거의 아무 말도 안하고 산책한 적도 있었다"며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직접 만나다보니 평소 갖고 있었던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다솜은 '사랑'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돌봐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뜻으로 지었다.

2000년 만들어진 이 봉사동아리는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활동도 보다 다양해지고 인원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들어온 학생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봉사활동의 참 맛을 알아버렸다.

학생들은 센텀요양병원과 태연재활원, 황새골배농장을 정기적으로 방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 장애인, 농촌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 청소, 말벗, 놀이 지도 등 그에 맞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학생들은 모두 멀티플레이어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많은 센텀요양병원에 가면 모두들 귀여운 손주가 된다. 태연재활원에선 둘도 없는 좋은 친구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낸다. 또 황새골배농장에 서는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현실을 배우고 우리 농산물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

2학년생인 김경진군도 "할머니들이 식사할 때 맞장구를 쳐가며 이야기를 듣는데 그 때마다 많이 고마워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이 좋지만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다. 외곽에 위치한 태연재활원에 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 속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배농장에서 비료를 주기 위해 땅을 파거나 무거운 거름자루를 나르고 나면 얼굴은 금방 땀범벅이 되고 만다.

1학년 한성민군은 "몸이 힘들때도 있지만 봉사활동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하다보면 노는 것만큼 재밌다"며 봉사활동 예찬론을 펼쳤다.

다솜 학생들은 유야무야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법이 없다. "중학교 때는 우체국이나 경찰서에 가서 대충 시간을 채우기 바빴다"는 1학년 김준석군은 "지금은 진짜로 봉사활동을 하고 내가 보람을 느낀 만큼 시간을 받는 거라 더 뜻깊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다솜의 회장인 2학년 최미진양은 "봉사활동은 어렵고 힘든 누군가를 돕는 것이라고 많이 생각하는 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며 "모든 편견을 버리고 친구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냥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솜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고 당연한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있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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