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소득세 연말정산 결과 결정세액이 0원이었다. 기왕에 매월 원천징수된 세금을 몽땅 환급받게 된다. 물론 대학생인 아들 녀석의 교육비가 소득공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긴 했지만, 아무튼 과세표준에 미달되는 저소득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저소득자의 가계를 보호하기 위한 세금 경감 차원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한마디로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 저소득이기에 내 명의로 낸 직접세(소득세)는 없지만, 지난해 내가 낸 세금은 그야말로 엄청스럽다. 기름을 넣을 때마다 낸 유류세가 100만원, 구매금액의 절반이나 되는 담배세와 주세에 거기에 따르는 교육세 등 부가세가 100만원, 물건을 살 때마다 10%씩 부가되는 부가가치세가 100만원, 그 외에도 특별소비세며 교통세도 세금을 낸다는 걸 느끼지도 못한 채 내었을 것이다.

내 이름으로 내지 않은 이른바 간접세 300만원을 내 명의인 소득세로 바꾸어 낸대도 정부의 세수는 줄지 않을텐데, 가령 간접세로 낸 300만원을 반은 간접세를 인하하여 150만원, 또 반은 직접세를 인상하여 150만원, 그렇게 낸대도 정부의 세수에도 변화가 없고 개인의 부담에도 변화가 없다.

그렇지만 소득세를 납부할 수 없는 정녕 저소득층인 영세농민에 날품노동자며 수많은 비정규직에 실직자(미취업자)는 간접세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노숙자 역시 담배 한갑을 사면서도 백만갑부와 똑같은 1000원의 세금을 내어야 하는 현실에서 간접세를 인하한다면 저소득자의 가계가 크게 펴질 것임은 분명하다. 그것이 소득재분배의 효과도 있고 저소득자를 보호하는 길일텐데.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려든다. 조세저항이 적고 세수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간접세 체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자에게 막중한 세금 부담을 주는 것은 형평이나 사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문명하지 못함이 분명할텐데 말이다. 더욱이 세계세정에 앞서가겠다는 국세청이면서도, 이렇듯 후진국형 세제를 고집해서야.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조세의 기본원리인만큼, 소비가 아닌 소득에 대한 소득세 인상을 기대하고 꿈꾸어 본다. 그리하여 얼마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까지도 자기 이름으로 소득세를 내었으면 하고 말이다. 당연히 소득세가 인상된 꼭 그만큼 간접세가 인하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장두철 울산 강남교육청 직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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