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노인간호는 물론 환경 정화까지
이웃건강·생활보호 위한 다양한 활동 전개

청소년 적십자는 헌혈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울산지역 여부회장을 지낸 현대고등학교 황혜림(18)양은 절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황양은 "북한에 가서 또래 친구들과 나무를 심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외롭지 않게 정기적으로 복지시설을 방문한다"며 "한 마디로 폭 넓은 활동을 통해 진정한 봉사의 참 맛을 알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청소년 적십자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역설했다.

올해 3학년이 되는 황혜림양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독거노인들의 집을 찾아가 식사를 돕거나 말동무가 되어 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더 오랜 봉사활동 경력을 자랑하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청소년 적십자에서 봉사활동을 갔다가 할아버지의 식사를 도울 때 반찬을 못 삼킬 것 같아 국물만 떠 드렸다가 핀잔을 듣기도 했다. 경로당에서는 손자 손녀처럼 놀아주는 단원들이 예뻐 학원을 가야 하는데 더 있다 가라고 잡는 할머니 때문에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혜진원에 처음 갔을 때 다른 생김새 때문에 무서워 한 친구를 피했었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가 옆에 와서 웃는데 먼저 다가가지 못한 것이 참 부끄러웠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황양은 울산의 청소년 적십자 단원들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활동하기로 손꼽힌다.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은 것만 7개에 달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 적십자 단원으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도 수해복구나 해상 안전 요원 등 아직도 해보고 싶은 활동이 더 많습니다."

이태껏 쌓은 다양한 봉사활동 경험은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일하고 싶은 욕심을 갖게 했다. 황양은 이를 위해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중학교 때 집 근처 아동복지센터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해 방황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동복지센터를 만들어 아이들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황양에게 꼭 이루고픈 꿈까지 안겨준 봉사활동은 즐거움 그 자체다. 노인이나 장애인,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봉사활동을 낯설어하는 단원들도 있다. 또 봉사활동을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황양은 "전혀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50년 60년 뒤 할머니가 된 나를 돌봐주는 거고, 20년 30년 뒤 나의 아이를 생각하며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어른스럽고 다부지게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 적십자(RCY)는...

다양한 경험의 장이 되는 청소년 적십자

각 학교마다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청소년 적십자(RCY Red Cross Youth)는 5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모여 지역 곳곳에 봉사활동의 아름다운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적십자는 한국전쟁 당시 외국의 청소년들이 보내온 위문품 접수와 분배를 담당하고 황폐해진 국가를 재정비하는 데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됐다.

청소년 적십자의 역사는 식목일과 함께 한다. 1953년 정식으로 국가의 승인을 받고 4월5일 부산 암남동 뒷산에 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식목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청소년 적십자는 자신과 친구, 가족 나아가 이웃의 건강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이에 따라 응급처치와 심폐소생 등 안전강습은 물론 노인간호와 같은 보건교육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사회복지시설을 한 달에 2~3번 이상 방문해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봉사포스트, 봉사캠프, 자원봉사 학습 교실 등을 펼친다. 환경정화, 약물 오남용 방지 캠페인 등도 벌인다.

울산에서는 현재 9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4000여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