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돕기전 휠체어등 보장구 정보부터 익혀
지역 복지시설 현황 조사·봉사활동 관련 설문도
체계적 교육 통한 이웃돕기 필요성 인식이 먼저

울산 중·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1년에 최소한 10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국의 중·고등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환경정화 같은 활동을 하면 어느 정도의 봉사활동 시간을 주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직접 '채워야 할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이를 활용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시간만 채우자는 생각으로 관공서 등에서 유야무야 활동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아예 봉사동아리에 들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봉사활동도 배우면 달라진다. 그래서 자원봉사학교가 있다.

자원봉사학교는 말 그대로 봉사활동에 대해 가르쳐준다. 망망대해에서 갈 길을 잡아주는 등대처럼 자원봉사학교도 학생들이 제대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봉사활동 뭐 별거 있어? 그냥 하면 되는 거지"라는 학생들의 생각을 깨는 데 자원봉사학교의 역할이 크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미리 습득하고 나면 학생들의 자세도 달라진 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의 보람을 극대화 시켜주기 위해 지역 내 몇몇 사회복지시설이 실시하고 있는 자원봉사학교를 소개한다.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23일 중구 성안동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경한)의 지하 강당에 모인 14명의 학생들은 눈 앞에 놓여진 흰지팡이, 전동 휠체어, 목발 등 장애인을 위한 각종 보장구를 신기하게 관찰했다.

보장구를 이용한 장애체험에 들어가기 전 박유진 담당자는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휠체어, 목발 등 보장구들은 장남감이 아니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뤄야 합니다. 알겠죠?"라고 말했다.

박 담당자의 말에 신기하게만 쳐다보던 학생들이 제법 진지한 태도로 체험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2인1조가 돼 장애인과 봉사자의 역할을 각각 체험했다. 처음 만져보는 휠체어라 그런지 다들 작동법이 서툴렀다. 학생들은 접혀진 휠체어를 펴 앉기 쉽도록 장치를 고정한 뒤 지하 강당에서 1층까지 다녀왔다.

그냥 걸었으면 1분도 채 안 걸릴 거리지만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불안하지 않도록 속도조절을 하다보니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떤 친구들은 모서리를 돌 때 각도 조절이 어려워 부딪치고 내리막길에서는 속도조절을 못해 장애인 역을 맡은 친구가 소리를 지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학성여고 2학년 이경윤양은 "장애인들에게 무조건 친절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오늘 장애인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과 교육을 통해 배운 것을 기억해 뒀다가 앞으로 봉사활동 할 때 잘 활용해야 겠다"고 말했다.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올해로 벌써 25기째 자원봉사학교를 열었다. 지금까지 약 300여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다.

박 담당자는 "자원봉사학교는 단순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심어주는 것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계기를 주려는 의미도 있다"며 "청소 등 단순한 노력봉사를 했을 때보다 교육과 체험을 하고 난 뒤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

"우리 동네에는 어떤 사회복지시설이 있을까?" "우리 동네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을까?"

울산남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현수·덕진스님)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교실에 참가한 13명의 학생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몇 시간씩 열심히 청소해서 좀 더 깨끗한 복지관을 만드는 노력봉사도 학생들에게 보람은 준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을 알려주기 위해 고안된 프로그램이 바로 이같은 과제풀이다. 울산의 복지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 것이다.

이명진 담당자는 "자원봉사교실은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의 첫 경험인 만큼 단순한 노력봉사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의 자원봉사교실 역사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원봉사를 위해 찾은 어머니들이 자녀들이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문의가 늘어나면서 봉사교실이 생긴 것이다.

매년 교실을 열기 전 지역 복지시설 조사, 봉사활동과 관련된 설문조사 등 노력봉사 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게 만든다. 아이들이 봉사하고 난 뒤 봉사활동 시간만 받아가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봉사의 의미와 재미를 얻어가도록 하기 위함이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