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너무너무 답답해서, 답답하다 못해 미쳐버릴 것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새정부 인수위가 2010년부터 영어 몰입식 교육을 하겠단다. 이는 영어 외 다른 과목도 영어로 수업을 하고 받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어찌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뉴스를 접한 필자의 가슴은 답답해서 터져 버릴 것 같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항간의 뉴스처럼 많은 학생들이 영어 학원으로 몰릴 것이니, 애써 웃음을 감추고 화장실로 가서 덩실덩실 춤을 추어야하나.

필자는 또 다른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한국민의 정체성 위기론에는 관심도 없다. 영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영어 몰입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수위의 영어 필수론도 관심이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둘 다 그 주장에는 일리가 있기에 어느 한 쪽을 편들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쓸데없는 통탄이냐고? 필자는 17년을 영어교육 현장에서만 일해 왔다. 그것도 입시 중심의 독해와 문법 만을 가르치는 학원이 아닌, 인수위가 추구하는 듣고 쓰고 읽고 말하기의 균형과 고급화를 끊임없이 주창하고, 추구해 온, 현 외국어 전문학원 원장이다. 영어의 영역별 균형을 누구보다도 중시해 왔기에 일찍이 영어 만을 쓰는 또 다른 독립 공간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영어로만 하는 수업(우리말을 전혀 쓰지 않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10년의 사업 기간 동안, 수많은 해외 어학 연수 출신자를 인터뷰하고, 전공자를 인터뷰하고, 심지어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나왔다는 소위 유학파도 인터뷰하고, 고용해 봤다. 최소한 1년의 어학 연수자부터 다년간의 유학자를 영어로 인터뷰 해보고 겪어 본 경험이 있는 필자의 결론은 실망이었다. 아니 실망을 넘어서 절망이었다. 그들의 언어 능력은 학습 현장에서 영어로만 강의하기엔 충분치 못했다. 영어로 영어 과목을 강의 하는 것도 어려운데, 2년 후에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을 시키겠다? 영어 교육을 위한 마땅한 능력자를 구하기도 어려운데, 전 과목이라? 허 참! 인수위에 묻고 싶다. 기존 공교육 현장에 있는 영어 외 타 과목의 선생님들을 해외에서 SAT를 가르치는 외국인 교사로 전부 교체할 계획인가. 그렇다면 얼마 전 외국인 공무원도 채용하겠다는 인사계획 안에 교사들도 포함된 건가. 물론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오히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필자는 답답한 것이다.

현재 공교육의 교사들을 재교육시켜 투입한다? 앞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우리 젊고 똑똑한 친구들도 1~2년의 집중적인 어학연수기간 동안에 충분히 습득치 못한 언어능력을 이미 영어와는 담을 쌓은 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 십 년이 지난 현직의 선생님들이 2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설사 영어를 대충 익힌다 치더라도, 그들이 맡은 전공과의 접목은? 단순한 생활회화 정도도 2년은 걸리는 법인데, 어찌 전공과목을 가르쳐야 할 선생님께 주어진 2년이 충분하겠는가. 영어 몰입식 교육이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이것은 아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전에 신중한 검토가 더 선행되어야 한다. 영어 만능주의에 물들어 우리의 정체성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이들의 주장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그리고 교원 단체는 불가함을 아이들의 영어습득 능력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현직 교사들이 효율적인 영어 수업을 수행할 충분한 준비와 능력이 불가능함을 솔직히 고백하고 인수위를 설득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 공교육이 영어를 위해 모험을 강행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업가로서 이런 호재야 더 없이 좋을 일이지만, 영어 교육 전문가로서, 사교육 현장의 책임 있는 교육자로서, 보고 듣고 가르친 경험에서 나오는, 우리교육을 위한 충심어린 조언이다. 내 사업은 망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더 이상 망쳐서는 안 된다.

김지운 울산시외국어학원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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