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직접 재판과정에서 본 경험담이다. 자동차 운전자가 안전띠 미착용을 이유로 즉결재판에서 5만원의 벌금에 처해졌다. 즉결재판의 속성상 법정에 출석한 의경에게 당시 상황을 어떤 위치에서 지켜보았으며 운전자가 적발된 후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에 대하여 묻고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의경의 진술에 특별히 신빙성이 의심될 리 없으니 이를 근거로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 운전자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겠다고 하였다. 그 후 운전자는 정식재판청구 외에도 항소심재판을 거쳐서도 결국 유죄로 확정되었는데 항소심까지 다툰 것과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보고는 진짜 억울했나보다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의경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가장 큰 유죄의 근거로 작용했었다.

또 한번의 즉결재판은 불법유턴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 역시 의경이 재판정에 출석하여 그가 본 장면을 진술하였고 결국 의경의 진술을 근거로 벌금형에 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전자가 말하기를, 자신도 군복무를 의경으로 마쳤다면서 복무중에 진실에 반하는 진술을 할 경우가 있었으므로 그 날 출석한 의경의 말이 전부 맞다고 할 수 없다는 항변이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 때 스쳐지나가는 영감은 지혜가 아니라 원망이었다. 수많은 신호위반 적발건수를 통하여 거둬들이는 벌금으로 의경들에게 캠코더를 지급했더라면 운전자들은 잘못은 모두 인정할테니 벌금만 감경해달라는 내용의 재판을 했을텐데 하는 원망 말이다.

우리 사회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에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사회가 내린 판단에 수긍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는 수긍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당사자는 불필요한 다툼을 자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위 두 사안의 경우 "의경의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의경의 말보다 더 객관적인 증거수집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그 증거가 없는 이상 의경의 말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방향으로 사회가 궁극적으로 흘러가야하지 않을까. 그런 결론들이 축적됨으로써 결국 해당 부처는 의경에게 장비를 지급하게 되고 국민은 더 이상 소모적인 분쟁을 하지 않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

물론 그래도 억울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더 엄밀하게 따지면 사실이 달라 억울한 사람도 있고 당사자가 말한 그 사실이 맞더라도 법률상 유죄가 인정되는데 그 정도까지 법률적인 판단을 못하기에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의 제도권내에서 억울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이를 탓하며 평생을 원망하는 것은 결국 더 많은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주어진 제도권 내에서 유죄로 결론이 나면 그 사건은 유죄인 것이고 이는 제도권 내의 판단자 역시 신이 아니기에 불완전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치를 불가피한 부분이라 할 것인데, 이를 이유로 생업을 포기하고 확정된 결론을 번복하려 하는 사회구성원을 보면 다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이런 저자를 숙명론자라고 비판할 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이미 굳어진 자신에 대한 결론에 수긍하지 못한다면, 그의 임무는 자신의 결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제도 내에서 절차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더 합리적이 되도록 다양한 제안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구성원이 상호간에 쉽게 수긍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제안해본다. 그로 인한 혜택은 그 제안자의 후손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채승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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