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민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남목청소년문화의집에 오면 3층 음악연습실로 먼저 가지 않고 2층 사무실에 들려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간섭한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고 음악연습실로 올라가 밴드 연습을 하는 유민이가 때로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왠지 밉지 않고 안 보이면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되는 그런 아이다.

작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곧 군 입대를 해야겠다는 유민이의 고민을 들었을 때 이 아이 또한 누구보다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려 깊은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대다수는 학교의 봉사활동 시간 의무제도로 인해 대체로 수동적이고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민이는 남목청소년문화의집 모든 행사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과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 같다.

울산지역에는 청소년들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청소년유관기관들이 있으나 단기성 자원봉사가 아닌 지속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기관은 손에 꼽힐 정도로 몇 기관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를 돕는 경험과 지역사회 공동체의 소속감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청소년 스스로가 보호만 받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자각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청소년들의 긍정적 자아정체감을 형성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청소년기관의 의무이자 역할이라 할 것이다.

이번 남목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기본교육과 대상을 다양화한 현장 봉사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나누리학교는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의 참 의미를 인식시키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건전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번에 가진 나누리학교 프로그램에 참석한 청소년들은 유민이와 같이 자발적인 봉사활동의 동기를 마음에 충분히 담았을 것으로 본다.

전인석 남목청소년문화의집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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