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겨울바람이 매섭습니다. 그러나 백합동산의 깡마른 백합줄기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백합의 은은함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언 땅을 녹이며 세대교체를 위해 새싹이 움틀 때까지 묵묵히 자기 일 다 하는 백합의 지혜와 인내를 보면서 37개성상의 제자신의 흔적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와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회자정리와 돌고 도는 섭리 아래 오늘 이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자랑스런 백합인 여러분.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교실에서,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며, 쏟아지는 잠을 쫓으려고, 교실의 열기를 식히려고, 복도에서 계단에서 서성이던 그대들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 자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무엇이 되어야하고 무엇을 이룰 것인가, 스스로 물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인간이 갖추고 살아가야할 덕목과 바람직한 가치관은 변하지 않음을 명심하고, 언제 어디서든 백합인의 긍지를 잃지 말길 바랍니다.

교육동지 여러분. 교육의 성패는 선생님들의 사랑과 열정 그리고 사명감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교육의 질 향상에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는데 달려 있습니다. 열정과 안정은 함께할 수 없습니다. 사회적 불신만을 키워갈 뿐입니다. 우리의 직업이 정성들인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다른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 뵙기를 바랍니다. 제자들에게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스승으로 길이 되어 앞 질러가는 모습 보여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학부형 여러분. 보석이 아름다운 건 그냥 빛나기 때문만이 아닌 것입니다. 깨어지고 부서지는 아픔을 견디어 내어야만 보석 고유의 찬란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듯 사랑하는 자녀들도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만 모든 경쟁을 당당히 이겨낼 수 있는 통합적인 인재가 될 것입니다. 부모님의 시각과 잣대로써 자녀들을 재단하지 말고 자녀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배려하고 인격적으로 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울산시민 여러분. 우리 선생님들이 긍지와 신념을 가지고 교육할 수 있도록 선생님 어깨에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그래야만 아이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따를 수 있고, 교육현장이 신바람 나게 돌아가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 울산시민 여러분. 그동안 여러분과의 인연은 저에겐 무엇보다도 소중한 재산이며 보물입니다.

이 소중한 인연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함께 생활하면서 저로 인해서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모두가 아이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은공을 다 갚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거운 마음입니다. 울산교육의 발전과 아울러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이동웅 울산여자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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