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년전,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주창한 연암은 불후의 여행기 열하일기(熱河日記)를 통해 중국을 소개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중국은 우리와는 너무도 가까운 나라였으며, 조선조 500년동안 공식적인 일로 중국을 다녀온 사람만 어림잡아 수천을 헤아린다.

 그들의 눈에 비친 중국은 감동과 충격이었으며, 신세계와의 신선한 만남이었다. 하루밤에 아홉번을 건넜다는 연암의 열하를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20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중국을 다녀온 나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한 일정이었다.

 12억 인구, 960만㎢의 거대한 중국이 시간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기업의 수출진흥과 시장개척을 위해 19개 기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한 중국경제사절단은 이번 중국일정을 통해 1천500만달러의 수출상담과 380만달러의 계약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자매도시 장춘에서 하얼빈, 북경과 대련, 상해로 이어지는 일정을 통해 무엇보다 소중한 성과는 거대 중국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륙의 용, 중국은 지금 21세기를 향한 승천을 준비하고 있었다. 냉전구도의 붕괴와 함께 화려했던 역사의 화석으로 남을 것 같았던 중국은 지금 자본주의의 룰을 빌려 수 백년 전의 영화로 회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시장개척이라는 우리 쪽의 생각과 외자유치라는 중국의 입장이 모든 일정을 통해 숨김없이 표출된 이번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라는 거대하고 도도한 중국의 실체였다.

 자매도시인 장춘을 비롯한 동북지역의 주요도시를 방문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관주도형의 개발드라이브와 외자유치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일행이 상해에 머무르고 있을 때 300㎞ 떨어진 양주시 시장단이 직접 찾아와 투자유치를 위해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외자유치와 변화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풍부한 물적 자원과 인적자원,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각종 개발구를 중심으로 한 계획적인 지원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지금, 현기증 나는 질주의 원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중국의 변화에도 그늘은 있었다. 마천루와 화려한 야경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의 여유와 풍요가 그들 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만, 낙후된 금융시장과 서구적 경쟁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국영기업 등 비효율의 청산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급성장으로 가려져 있던 지역간, 계층간의 격차심화에 따른 다원적인 분열은 중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그늘이다.

 빛과 그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중국이지만, 불과 몇 년을 앞서 있는 우리를 벤치 마킹하려는 그들에겐 200년 전 연암의 눈에 비친 이용후생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이렇듯 중국은 변화에 목말라하고 있으며, 스스로 갈증을 해소하려는 땀과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조급증이 가시지 않았다. 중국은 우리에게도 기회의 땅이다.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할 강이 놓여있지만, 또 다른 만남과 기회의 땅임은 분명하다.

 우리시가 추진중인 중국교류협력 지원실과 무역사무소 설치,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슬기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는 만큼 사랑할 수 있으며, 관심이 있으면 보인다고 했다. 중국이 우리에게 기회임이 분명하다면, 더 많은 관심과 이해 또한 필연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울산광역시장 박 맹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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