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이라크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12일(이하 현지시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이 터지면 유가가 단기적이긴 하나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내년초 80달러가 되는 최악의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런던시장에서 12월 인도분이 배럴당 전날보다 15센트오른 23.94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중질유 선물도 뉴욕시장에서 16센트 올라 25.

94달러에 거래됐다.

 석유 전문가들은 이라크 의회가 안보리 결의를 거부키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석유시장이 그때까지 사태를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는 15일까지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라크 의회는 후세인의 노선을 승인하는 역할만 하는 사실상의 명목 기관인 것으로 평가돼왔다.

 코메르츠방크의 데이비드 토머스 연구원은 『아랍국들이 후세인에게 안보리 결의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후세인의 입장에서도사찰을 수용해서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세인이 결국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할 것으로 본다면서 석유시장도 이런 가정 하에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월간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를 제외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10개 회원국이 지난 10월 공식 쿼터를 하루 250만배럴 초과해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세계 석유생산이 10월중 하루 평균 125만배럴 증가한 7천830만배럴에 달했다면서 이 때문에 『OPEC가 내달 빈에서 열리는 각료회담에서 생산량 조정보다는 쿼터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OPEC가 (이라크 전쟁 가능성을 감안해) 당분간 쿼터초과 생산을 용인하면서 현재의 높은 유가 덕을 보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난다고 가정할 경우 『유가가 한때 배럴당 4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가 단계적으로 하락해 내년말께는 3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산유설비가 파괴되지 않고 국제사회가 후세인 이후 들어서는 이라크 신정권을 지지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CSIS는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초 유가가 8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유가가 설사 이렇게 치솟더라도 『오는 2004년까지 배럴당 평균 40달러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가는 걸프전 당시인 지난 90년 10월 10일 배럴당 41.5달러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러나 런던 소재 도이체방크의 아담 지민스키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실질적인문제는 유가가 아닌 얼마나 산유량을 준수하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 수출시 유엔의 통제를 받는 이라크는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평균 251만배럴을 생산했다. 이는 전세계 석유 공급의 약 3%에 달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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