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주부 상담자원봉사단

청소년·노인 상담 … 복지시설 연계까지
봉사단 양성교육 이수·사례 공유는 기본
다문화가정 방문 산후조리 '친정'역할도

"답답한 마음, 속 시원히 풀고 가세요."

왕따 당한 아이, 한국으로 시집 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베트남 여성, 꼼짝 못하고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있다 보니 삶의 의욕이 사라진 할머니….

이처럼 말 못할 걱정 거리 하나씩 품고 있는 이들에게 누구보다 큰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북구종합사회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부 상담자원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들이다. 2006년 1기로 시작해 지금까지 약 30여명의 주부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울산지역 학교와 사회복지시설에 상주하면서 상담 전화를 받을 뿐만 아니라 직접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이나 노인, 다문화 가정을 일일이 만나 어려운 점이 없는지 살피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회복지시설이나 봉사단체와 다리를 놓아준다.

2006년 3월 1기 상담자원봉사단으로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일남(52)회장은 "입과 어디든 갈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로 어려운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담 자원봉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적당한 조언 한 마디 해 주는 것이 상담의 전부 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상담자원봉사단은 일을 시작하기 전 한 달 동안 상담의 기초, 대상자별 상담법 등 상담 관련 기본 지식을 쌓는 '상담자원봉사단 양성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상담원끼리 자조모임을 통해 상담 사례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관하는 미술치료를 통한 상담, 사례 관리 등 매달 다양한 주제로 이뤄지는 보충 교육에도 참석한다. 늘 공부의 연속이다.

이 회장은 "상담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더 많은 말을 끌어내는 것"이라며 늘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불쑥불쑥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상담원은 이를 잘 참을 수 있어야 하기에 이들은 참는 법을 배우고 나아가 상대방을 이해하는 법을 익혀간다.

40~50대의 평범한 주부들이지만 활동을 하다 야간대학이나 사이버대학을 다니며 상담전문가와 사회복지사로서의 변신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상담원들은 본래 옆집 일에 관심많은 주부들이다. 옆집에 부모도 없이 할머니랑 사는 생활이 어려운 조손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 상황이 어떤지 살피고 지자체와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저소득가정으로 최저 생활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경우도 많다.

이 회장은 "정말 하루 벌어 먹기 바쁜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창구가 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사람들을 만나 제대로 된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다문화 가정의 경우 친정이 없는 새댁을 위해 산후조리를 도와주기도 한다. 이모나 엄마처럼 상담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얼른 몸을 추스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맛있는 반찬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 시어머니에게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글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들의 활동영역은 학교로도 이어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룹이나 개별 상담을 통해 전문 상담인력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또래 관계나 진로, 학교 부적응과 관련한 상담이 주를 이루며 지난해 264회의 상담 실적을 보였다.

또 지난해 14명의 지역내 요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야외 활동 등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멘토 활동을 펼쳤다.

복지관 내 전화 상담도 매달 평균 15건에 이르고 있다. 고부갈등, 이혼 등 가족문제부터 부모·자녀 문제까지 상담이 필요한 다양한 지역민이 이용한다.

이 단장은 "어디 큰 돈을 기부하거나 목욕봉사 등 힘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봉사활동인 것"은 아니라며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처럼 작은 것을 나누는 것이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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