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

학대와 무관심 속 상처받은 아동들의 눈높이 맞춰
공부 돌보는 선생님이자 함께 노는 친구 역할 척척
매달 한 번 정기모임 갖고 활동 평가·방법 공유도

"공부해서 동생들 줍니다."

이주영(여·24)씨는 지난해 9월 12살짜리 동생이 생겼다. 일주일에 한 번 이 동생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고민도 들어주고 어려운 산수 문제도 같이 푼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극장이나 놀이시설로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처음엔 말을 잘 안 들어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씨와 동생은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다.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소장 심원오)에서 실시하는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에서 만난 멘티(mentee)다. 그러나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 못지않게 정을 나누고 있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회장 이주영)에는 총 20여명의 대학생들이 소속돼 있다. 2인1조로 활동하는 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학대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료한다.

이들은 단순히 아이들을 만나 놀아주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들은 대개 오랜 학대로 의기소침하고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1인 2역도 너끈히 해낸다. 모르는 문제를 척척 해결해 주는 선생님도 됐다가 함께 놀면 즐거워 헤어지기 싫은 친구도 된다.

이씨는 스스로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것이 봉사활동하는 데 있어 최대의 강점이라는 것을 남보다 먼저 안 '대단한 대학생'이다.

"초·중·고등학교까지 12년동안 공부한 것도 하나의 기술이 될 수 있다"는 이씨는 "그 지식이 동생들에게 공부의 재미를 알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지난해 5월 발대식을 가진 이후 상담교육, 부모교육 등을 받으며 멘토로서의 자질을 키웠다.

이들은 멘티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아동 즉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 또 부모의 입장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훈육하는 법도 터득했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학습지도를 할 때 학습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아동이 얼른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이씨는 "아이의 수준에 맞게 차근히 가르치지 못하고 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다행히 계속되는 교육을 통해 상대방 특히 아동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워 아이들 눈에 맞춰 지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통해 팀별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다. 단체로 사회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활동은 팀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모임에서 각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방법을 공유한다. 또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건의하기도 한다.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도록 돕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이씨는 "한 번은 각자의 꿈을 적은 종이를 넣어 타임캡슐을 만들어 땅 속에 묻었는 데 동생들이 너무 좋아했다"며 "각자가 적은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 이야기를 나누는 데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멘토들은 한 번씩 시험기간이 될 때면 각자 동생들에게 연락해 다음주에 두 번 보자고 약속하거나 전화 통화라도 꼭 한다. 이미 한 번 상처입은 아동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계된 아동들은 거의 매일 학교와 집만 오간다. 부모님이 바쁘거나 형편상 학원도 못 다니는 경우가 많고 문화활동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때문에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은 울산대학교 국화 전시회나 도서관, 놀이공원, 극장, 공원 나들이 등 학습 및 정서지원 뿐만 아니라 문화·야외활동에도 신경쓴다.

이씨는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봉사활동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며 "과의 특성, 동아리의 특성, 직장인 보다 자유로운 시간적 이점을 살려 봉사활동을 한다면 오히려 본인에게 돌아가는게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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