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암각화가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70년이니 이제 40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 후 15군데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어 이제 우리도 비교적 많은 자료를 갖게 되었다.

발견된 암각화에 대해서는 각기 조사가 진행되었으나 아직 초보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종합적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태까지의 연구는 제작기법이나 암각화에 그려진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 정도라 하겠다. 암각화는 고고학, 미술사, 역사학, 인류학, 민속학, 종교학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나 아직 만족할만한 연구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암각화는 선사시대 바위나 암벽에 사실적인 그림이나 상징적 도형을 새겨 놓은 것이다. 따라서 선사인들의 정신세계와 물질생활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암각화는 그림으로 남긴 선인들의 역사기록이며 선사시대의 사회와 의식구조를 파악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이다. 이점을 새롭게 인식하며 아직 미진한 이 분야의 연구기반이 더욱 확충돼야 할 것이다.

이에대한 활성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바로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 입구에 세워진 암각화박물관 개관이다. 반구대암각화는 두말할 여지도 없이 한반도를 대표하는 암각화이다. 이곳에 설치되는 박물관은 관광객들에게 그저 보여주는 전시관이 아니라 암각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심도있는 학술연구공간의 구심처가 돼야 한다.

선사연구, 특히 암각화 연구는 지역과 지역, 대륙과 대륙의 상호 정보교류가 있어야 한다. 세계의 암각화 학자들은 한반도 암각화의 자료를 원하고 연구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반구대 암각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암각화가 있지만 반구대 암각화 만큼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것은 드물다. 특히 고래잡이의 의미를 상징한 바위그림과 당시 선사인의 고도로 발달된 선박제조와 포경의 독특한 지혜는 선사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무한의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어쩌면 울산지방에서 살다간 선사인의 경우 당시로서는 인류 최첨단의 포경술을 지닌 해양문화를 선도한 선민이었을 것이다. 그림 자체의 표현도 우수하지만 고래그림 바탕에 내재한 선사 인류의 해양문명을 읽을때 비로소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성을 인지할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학계에서 반구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제반 사실을 인지시키고 가치성을 높이자면 박물관의 효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암각화의 경우 암각화 주변에 세계적 석학인 임마뉴엘 아나티 박사의 선사문화연구소를 비롯해서 크고작은 연구그룹이 10여곳에 이른다. 암각화에 관심있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학술적 연구와 정보교환은 물론 이곳을 찾는 외국인이나 일반 관광객들에게 자료제공과 이해도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발카모니카는 암각화 연구와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암각화박물관도 발카모니카처럼 이 두가지를 충족해줄 것이라 믿는다. 1년에 5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드나드는 유럽대륙 최대의 암각화 유적지인 발카모니카에는 아직도 암각화 전문 전시관이 없다. 반면 반구대에는 이제 자랑할수 있는 암각화 전문 전시관이 개관된다. 암각화 전문 전시관으로는 프랑스 몽베고에 이어 두 번째로 개관되는 울산암각화박물관은 이제 암각화 연구의 중심 역할은 물론 선사 문화의 교육장, 관광 울산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상태 전 울산MBC편성국장·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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