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온 고래 식문화를 작금에 와서 경찰권으로 두부를 자르듯이 막아서야 되겠는가. 고래 고기는 장생포를 중심으로 배고픈 시절 울산사람들의 주식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련한 정감과 애환이 서려 있다.

고래 고기를 식용으로 하는 것은 울산지역의 문화와 전통이기에 고래 식문화 전통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물론 현행법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계 어디를 가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는 굴뚝 없는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래서 울산에서는 정부로부터 고래 특구지정을 받는 절차를 진행 중임은 물론 올해 14회째 고래축제를 준비하면서 고래를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을 일구어 가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마당에 해경이 법의 잣대만 적용하는 것은 우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진국에 가면 역사성이 없는 것도 볼거리로 다듬고 가꾸어 내세우는데 우리나라도 넓은 안목으로 위정자들이 손발을 맞춰 나가야 할 때다. 울산은 대한민국 유일의 고래역사를 간직한 유서 깊은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역사현장을 고래메카로 발전시켜나가야만 후손들에게 못난 조상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고래를 잡는다. 일본의 경우 연구목적으로 올해 5종 1228마리의 고래를 잡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도 식용이나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70~200마리 가까이 고래를 잡는다.

비단 포경 찬성국뿐만 아니라 반포경국가인 미국은 북극고래 280마리, 러시아는 귀신고래 620마리, 덴마크는 밍크, 혹등, 북극고래 등 총 212마리를 2008년부터 향후 5년간 잡도록 지난 2007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59차 IWC 총회에서 결정했다. 반포경국들도 고래를 보호하자고 주장하면서 자국의 국민들과 전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래잡이를 허용한다는 뜻이다.

하물며 선사시대 이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우리의 전통은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얘긴가.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고래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포경에 관한 법은 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한 규제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많은 국가들은 4곒이상의 고래만 고래류로 분류하고 나머진 어업자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 종류의 고래를 잡더라도 불법이라는 엉성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반포경국가마저도 자국민이나 현실을 감안한 규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고유의 전통마저 포기하며 강대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상업포경 금지 이후 현존하는 83종의 고래 중 멸종위기인 대왕고래와 북극고래 등 13종의 대형 고래류 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고래는 전 세계 바다의 어업자원을 고갈시킬 만큼 풍부하다고 한다. 포경 찬성국들도 이처럼 개체수가 풍부한 고래만 잡겠다는 것이며 우리도 고유의 식문화와 전통을 지키기 위한 솎아내기 식의 포경을 재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고래 식문화는 그물에 걸려 며칠 동안 바다를 떠돌던 고래를 삶아 수육으로 먹거나 다행히 부패가 안된 것은 육회로 먹는다. 언제까지 남의 나라 눈치 보기에만 매달릴 것인가. 언제부터 프랑스식 달팽이 요리는 고급스럽다고 생각하고 옛 임금의 수라상에까지 올랐던 고래 고기는 야만족 취급을 했는가. 남의 눈치를 보며 지역 문화와 전통을 가볍게 여기는 지금의 풍토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수집해 우리 전통 식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만 한다. 불합리한 법의 칼날만 갖다 대면 범법자만 양산될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고래유통 구조의 조속마련으로 선사시대부터 이어져온 고래잡이와 식문화전통이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요구한다.

김두겸 울산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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