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울타리 영상제작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인 영상제작 동호회

관련 단체 행사·홍보영상등 촬영해 제공

매주 한 번씩 편집·기획등 재교육·토론도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테이프 값은 받는데요 뭐…."

장애인 뮤지컬 바위에 새긴 사랑 연습이 한창인 중구 반구동 (사)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지하 연습실. 한 쪽 구석에서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배우들의 움직임을 쫓는 이들이 있다. 오로지 배우에게만 집중해 촬영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이들은 한울타리 영상제작단(회장 이창선) 회원이다. 울산시장애인총연합회 요청에 따라 장애인 뮤지컬 연습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울타리 영상제작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지난 2006년 11월 울산MBC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 관련 교육을 함께 수료한 게 인연이 됐다. 그렇게 활동한 지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창선(49) 회장은 "한울타리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모여 만든 울산에 하나뿐인 영상 제작 동호회"라며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장애인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들이 땀과 애정을 담아 완성한 작품 중 장애인 관련 단체의 행사나 홍보 영상의 경우 테이프와 점심 값 정도만 받고 고스란히 내주었다. 그마저도 받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 제공한 것이 6~7작품이나 된다.

밤을 새 가면서 편집하고 몇 시간씩 촬영하는 일은 장애를 떠나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한울타리 영상제작단은 주어진 여건에 맞게 가진 만큼의 기술을 봉사에 활용하고 있다.

그 덕분으로 여러가지 열악한 사정으로 사진으로만 각종 행사를 남겼던 장애인과 단체에게 멋진 영상으로 된 추억을 선물로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이 일을 위해서는 여러명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울타리 영상제작단은 테이프 등 소모품에 드는 최소한의 비용만 받는다. 이 때문에 그들은 봉사활동이라 표현하기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지만 몇 개월 동안 힘들게 배운 촬영 및 편집 기술이 그냥 무뎌지는 것이 아까워 시작한 것이 자연스레 봉사활동으로 연결된 것 뿐이라 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안순희(여·43)씨는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촬영 요청이 들어오면 부족하지만 최대한 실력을 발휘한다"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다들 몸은 힘들어도 완성된 작품이 주는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울타리 영상제작단은 2006년 11월 수료 이후 결성됐으며 그 때 부터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임에서 촬영, 편집, 기획을 손에 익히기 위해 각종 재교육을 실시한다. 또 어떤 영상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논한다.

안 총무는 "아무래도 장애인과 관련된 영상을 많이 찍게 된다"며 "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요청이 들어와 촬영을 나가기도 하고 작품 공모를 위해 직접 아이템을 짜서 촬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인권영화제에서 '외출'이라는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을 만큼 점점 실력을 인정받고 있어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가 된다.

이 회장은 "한울타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안에서 서로를 이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뭔가를 배우고 또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를 떠나 더 많은 사람들과 영상을 통해 나눔의 즐거움과 뭔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맘껏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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