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로스트 메모리즈"라는 제목의 영화가 몇달 전 개봉됐다.

 이 영화는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역사를 바꾸려는 일본이 과거로 자객을 보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는 안중근 의사를 거사 직전에 살해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이 후 영화는 제2차 대전에서 승리를 하고 아시아를 지배하는 강대국으로 변모한 일본의 새로운 역사를 소개하고, 일본어 간판이 즐비하고 일장기가 나부끼는 낯선 2009년의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과 자신처럼 일본의 특수 수사요원이었던 아버지가 부정한 일을 저질러 불명예스럽게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일본이 저지른 과오와 아버지가 저지른 불명예스러운 과거가 사실은 조국을 되찾기 위해 활동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주인공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다른 숨은 조선인들과 행동을 함께 하게 된다.

 나는 특이한 설정으로 이미 57년 전에 끝난 식민지시대를 이 시대까지 연장시켜 놓은 영화 속에서 고민하고 분노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과거 일제치하 때 조국 광복을 위해 싸웠던 우리 선열의 모습을 떠 올리게 되었다.

 이미 그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활동들을 했었던가에 대해 많은 말들을 들어왔고,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을 해 보긴 했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은 지식과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했던 느낌들을 전해주고 있었다.

 역사를 바로 잡으려다 일본 수사대에 의해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조국의 광복을 부르짖다 일본의 총칼에 쓰러져간 선열들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또한 아들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우리의 선열들도 조국을 위해 가족을 버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더러는 가족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족과 후손들은 조상의 희생으로 되찾은 이 땅에서 고인의 뜻을 기리고 명복을 빌고 있다. 그분들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결실을 가져 왔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므로".

 매년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이 날 만큼은 우리 국민들도 다 같이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해 보고, 그 분들의 후손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선열들의 희생과 가족들의 고초가 없었다면, 만약 안중근 의사와 같은 선열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상상하기 싫은 모습의 이땅에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이양순·울산보훈지청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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