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사 받아야 할 사람' 고정관념 떨치고
복지기관등 찾아 아름다운 노래로 감동 전해
무료급식등 적십자사 주최 각종 봉사도 동참

"힘든 일은 못하고 쉬운 것만 골라해요."

소리샘 합창단(회장 최순자)은 지체장애인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이 처음부터 소리샘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활동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9월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봉사회로 들어가면서 '소리샘 합창단'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소리샘 합창단 최영순(53) 총무는 "봉사활동을 해도 우리한테는 힘든 일도 안 시키고 시켜도 할 형편도 못 된다"며 "그래도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지 모른다"고 미소지었다.

소리샘 합창단은 지난 2003년 울산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만들어졌다. 일년 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에서 봉사회로 등록하고 활동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모든 단원들이 적십자사 봉사회에 가입했다.

이들이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회원들 중에는 '내가 봉사활동을 받아야 할 사람인데 어떻게 남을 돕냐'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어 시작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합창단인 만큼 노인, 장애인, 아동 또는 각종 크고 작은 행사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것도 봉사활동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17명의 합창단원들은 다수결을 통해 모든 우려를 누르고 적십자사 봉사회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 이후 소리샘 합창단은 두 달에 한 번 꼴로 각종 행사에 초청받아 아름다운 가곡이나 개똥벌레와 같은 건전가요를 불러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만 하면 관객들은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무슨 노래든 따라 부를 정도로 호응이 좋다.

그러나 한 번 무대에 오르는 것이 결코 쉽지 만은 않았다. 매주 한 번씩 만나 합창 연습을 해야 하는 데 피아노가 없는 등 주변 여건상 쉬어야 할 때도 많았다. 철새처럼 때마다 연습 장소를 옮겨 다닌 것이 세 번이나 된다. 그러다 지난해 5월에서야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정착했다.

최 총무는 "사실 우리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못해 연습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옮겨다니느라 몇 달씩 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소리샘 합창단은 이제 지체장애인협회가 아닌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으로 활동한다. 물론 적십자사 봉사회로 활동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들은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정기공연을 갖는다.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관해 요양원 등을 찾아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소리샘 합창단은 2005년부터 독거노인과 조손가구와 결연을 맺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쇼핑에 나서는 데 1만원이나 5만원 한도로 끝내야 하지만 늘 즐거움이 넘친다.

최 총무는 "몸이 불편하다 보니 재활이나 물리치료 받으러 가 결연가구를 방문하는데 동참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조건 앞 뒤 보지 않고 봉사활동하라고 강요하기 보다 시간이 맞는 회원들끼리 돌아가며 결연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매번 독거노인이나 조손가구에 필요한 반찬이나 생활용품을 손수 골라 전해준다. 또 자주는 못하지만 한 번씩 직접 음식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소리샘 합창단은 적십자사 울산지사 주최로 열리는 각종 행사에도 참가한다. 이들은 독거노인, 새터민 등과 함께 하는 나들이를 가거나 적십자 회비 모금,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도 펼친다.

최 총무는 "처음 1년동안 봉사활동을 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몸살까지 났던 적도 많다"며 "사람들에게 뭔가를 나눠준다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리샘 합창단은 현재 23명이 활동 중이다. 앞으로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 청각장애인, 비장애인도 가입하도록 해 인원을 늘여갈 계획이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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