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포획이 금지된 지난 이십년 동안 그저 고래를 먹는 자원으로만 생각하고 포경 재개할 날만 기다리던 나라들과 고래가 해양관광자원이 된다는 생각을 한 나라들의 현실은 많이 달라져 있다. 과거 포경국가들이었지만 현재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많은 나라들이 고래관광에 투자했고 현재는 고래관광을 통해 세계적으로 87개국 이상에서 연간 900만명이 고래관광을 즐기고 있으며 경제적 가치도 1조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포경수입(310만달러)보다 고래관광수입(330만달러)이 더 많다. 고래특화상품을 개발하고 전문 박물관을 설립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과 고래출몰 해역에 관광선과 항공기 등을 이용해 접근,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시설 인프라를 갖춰 고래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 캐나다, 스페인 3개국은 고래관광으로 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으며 일본의 고래관광객 증가율은 전 세계 평균 증가율보다 높다.

그런데 울산엔 불법포획 조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불법포획과 혼획된 고래고기의 유통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울산은 국제적으로 도시이미지 실추, 고래관광 경쟁력 약화, 지역갈등을 안게 됐다.

전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울산은 다른 지역보다 혼획되는 고래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포경기지였을 만큼 고래가 많던 울산바다였지만 귀신고래도 회유지점만 있을 뿐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해양환경이 악화돼 그저 지나갈 뿐이다. 고래를 잡아먹으니 오던 고래도 도망갈 일이다.

다른 지역은 고래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인근 포항만 해도 다무포를 고래생태마을로 조성해 고래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은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가서 불법포획, 혼획한 고래고기를 소비하는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남구청장은 지난 4월22일, 그것도 지구의 날에 기고를 통해 제한적 포경 허용, 전통식문화 보존이라는 주장을 펼쳤는데 그것은 지금 울산바다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고래문화산업을 통해 울산이 재도약할 수 있으려면 울산 앞바다에 귀신고래가 돌아와야 한다. 울산의 바다를 살려야 한다. 반구대암각화를 비롯해 고래역사문화유적을 보존해 고래관광과 연계시킬 것이냐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핵심에서 한참 벗어난 '고래고기가 전통 식(食)문화다 아니다' 혹은 '제한적 포경이 필요하다 아니다' 등은 남구청장이 논의할 일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울산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다. 말 그대로 아주 소모적인 논쟁거리로 지역여론을 분열시킬 뿐인 주제이다.

울산엔 지금 고래 불법포획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다의 오염과 해양환경의 악화로 고래관광투자지로선 인근의 포항, 부산, 제주보다 경쟁력이 낮다. 과거 고래잡이 할 때의 명성만으로는 고래관광을 성사시키기 어려운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면을 빌어 남구청장께 부탁드린다.

남구청장이 지금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은 울산의 바다를 살리고, 울산에 귀신고래가 돌아오도록 하는 일이다. 울산의 고래 역사문화유적을 복원하는 동시에 불법포획, 혼획을 부추기고,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고기의 유통·소비를 촉진하는 소비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불법포획을 근절시키기 위해서 전통 식문화 보존이라는 엉뚱한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에 무책임한 고래고기 소비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오영애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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