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우리 생활에 모든 주요한 일을 관장하는 어른으로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생활환경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미래를 위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노인들은 사회에서 가치 절하받는 존재가 됐다.

노인들에게 어떻게 삶을 영위하는가 물으면, "오래 살아서 무엇 하나? 늙어가는 처지에 창피하게 무엇을 생각하고 뭘 하겠나? 내가 있으면 남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라고 말한다. 대부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고 큰 기대없이 습관처럼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

이와 같은 노인들은 공통점이 있다. 깊게 생각하지 않으며 시간은 많은데 돈이나 할 일이 없다고 자포자기 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노인들은 건강도 잃고 자신감마저 상실한 채 허송 세월만 보내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힘없이 공원에 모여 앉아 화투나 술, 담배로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노인들은 비생산적이고 비활동적이다. 이들은 결코 젊은이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새 시대를 살아갈 노인들은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늙으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행복한 노년이 아닐까.

그런데 노인들은 감사하는데 인색하다. 자신의 활동영역이 줄어들고 보고 듣는 정보의 양도 적어지다보니 주위로부터 관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때문에 노인들은 무엇인가 야속하고 불만스럽다는 생각을 갖는다.

감사는 나에게 이득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함께 하는 이웃과 내가 살아가는 국가에 대해 감사하고 지금까지 지켜주고 노인이 된 오랜 세월동안 보호해 준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노년에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독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너그러울 줄 알아야 한다. 여생(餘生)은 그렇게 너그러워야 의미가 있다. 이 세상이 다하는 순간 감사한 마음을 갖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둘째 봉사하는 마음을 갖자. 노년기는 상실의 시기라고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에 대한 창조의 시기이기도 하다.

노인들은 여가를 즐길 시간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있는 여가가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노인이 사회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자신의 권익보호를 위함이다.

또한 봉사활동을 통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 존경과 공동체 조직과 함께 일할 기회를 받는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봉사활동이 자신의 삶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노후 건강의 비결'인 것처럼 노후에 봉사활동으로 보람을 찾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나의 노경(老境)을 위아래로 봉사하는 데 쓴 것을 내 생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페스탈로치의 말은 21세기 고령사회의 참다운 노인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봉사하며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노경에 맺는 아름다운 열매이다.

김진경 남구 동평경로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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