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가족봉사단

엄마가 짠 봉사 프로그램에 온 가족 참여해
장애인들과 울산 견학·파티등 다양한 활동
배려와 양보·긍정적 마인드까지 배워 뿌듯

조현정(43)씨는 얼마 전 남편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그는 "우리 남편이 그렇게 노래 잘 하는 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남편의 재발견(?)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온 가족이 봉사활동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조씨와 남편 윤심일(47)씨,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인 두 딸 지원이와 지현이는 지난 2006년부터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소장 심원오)에서 실시하는 가족봉사단에 참가하고 있다.

가족봉사단은 매달 두 번씩 찾아오는 아이들의 놀토 때마다 동향원을 찾는다. 울주군 두동면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봉사활동이라기 보다 소풍가는 느낌이 더 크다.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가족봉사단에는 총 60여명, 20여 가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노인시설인 내와동산과 장애인시설 동향원을 각각 방문한다.

올 12월까지 장애인들과 함께 할 프로그램은 모두 가족봉사단 어머니들의 머리에서 나왔다. 크리스마스 파티, 울산대공원·반구대 암각화 등 울산 견학, 비누방울 만들기, 전통놀이, 비즈공예, 송편 만들기 등 다양하다.

동향원 팀장을 맡고 있는 이정숙(45)씨는 "지난해 처음 프로그램을 짰을 때는 할 때 마다 실수 투성이였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비누방울 놀이를 위해 직접 재료를 섞어 만들었는데 비율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불었지만 결국 비누방울은 만들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무사히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야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늘어 장애인이나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특별히 신경쓰는 것은 두 가지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인 만큼 재미는 필수요소다. 두 번째는 뭔가 한 가지 장애인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활동이어야 하는 것이다.

조씨는 "장애인과 만나 몇 시간 같이 보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동안 뭔가 하나라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비즈 공예, 송편 만들기처럼 먹을 것이나 작품을 남기면 자기 것이 생겼다는 기쁨에 장애인이나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대개 가족봉사단은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초·중·고등학생인 자녀들의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가족간의 단합을 위해 울산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가족도 많다.

조씨는 "친정어머니 몸이 안 좋아 3년 정도 거의 병원에서 생활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었다"며 이를 풀기 위해 가족봉사단 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일이 술술 풀렸던 것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던 남편은 꾸준히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조씨는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 까지만 봉사활동을 해 보자고 부탁했다. 올해로 가족봉사단으로 활동한 지 3년째에 접어든 조씨 가족은 조금씩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원이와 지현이는 "안 할래요"라는 말을 하는 법이 없다.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조씨는 "처음에는 어리다보니 자기들 것 챙기는 데 정신없었다"며 "지금은 장애인들에게 마음을 열었을 뿐 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알게 됐다"고 자랑스러워다.

이씨는 홈스쿨을 하고 있는 딸 정혜란(15)양에게 다양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가족봉사단 활동을 시작했다.

혜란이와 함께 동향원을 찾는 날이면 이씨는 어느 재밌는 코미디를 보는 것 보다도 더 많이 웃는다. 그는 "장애인들과 있을 때는 시도 때도 없이 재밌는 일이 생긴다"며 "예전에는 장애인들이 먼저 달려와서 반갑다고 안기는 것도 부담스러워했는데 지금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가족봉사단에게 봉사활동은 하나의 놀이다. 목욕, 청소 등의 봉사활동도 좋지만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들이 다같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씨는 "가족봉사단의 가장 큰 장점은 놀면서 배우면서 봉사활동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가족봉사를 위해 먼저 가족이 함께 봉사자 교육을 받을 것과 봉사 대상자나 프로그램이 적절한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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