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모습〉 서울=신재현 정치부장 대우

불과 28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많은 의미가 거론되고 있다. 20세기 후반 우리 정치를 풍미했던 3김의 퇴장과 함께 21세기 우리나라의 지표를 설정하게 될 국가명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지금까지의 구태정치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치를 볼 수 있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과 기대도 한껏 담겨져 있다.

 그러나 집권을 위한 정치세력간 합종연횡 움직임으로 정국은 혼미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세력들간의 무분별하고도 원칙없는 이합집산이 가시화되면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가려는 정치철새들의 복잡한 움직임에 국민의 머릿속도 더욱 어지러워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이나 각 정당이 기치로 내건 화려한 구호와는 달리 정치의 현실은 여전히 과거의 틀, 과거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책대결은 실종된지 오래고 그저 후보 포장용으로 허울만 남았다. 이제 대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예비대선전이 더욱 불을 뿜고있는 지금도 상황은 전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않고 있어 정치판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을 더욱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노무현-정몽준 후보간 단일화 진전과 함께 대선전이 사실상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이회창대 반이회창"구도로 확정됐다 해도 좋을 것이다. 출신과 노선, 지지세력이 대비되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중 누구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이 후보에 맞서는 측의 색깔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본질적으로 단일화의 명분이나 여론의 압력이라는 것의 본질은 이 후보의 집권에 대한 반대 지지여론일 것이다.

 이런 식의 대선구도가 주는 이미지는 "양강" 어느쪽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새로운 정치 대 구태정치" 혹은 "부패정권 연장 대 깨끗한 정치" 등 서로 나름대로 규정한 의미와 색깔로 대선이 박빙의 혼전양상으로 흐르면서 양측의 충돌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단일화를 "부패정권 연장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청와대 개입 및 이면합의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고, 이에맞서 단일화측도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구시대 낡은 정치틀에 사로잡힌 구악정당"이라며 맞공세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흠집내기성 난타전으로 이어지게될 이런 식의 선거전을 앞으로 한달내내 보게될 개연성이 단일화 이전보다 훨씬 높아진 셈이다. 어느 진영이든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새 정치 구현이라는 구호가 말로써 그치지 않으려면 선거전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다.

 결국 정치개혁과 새 정치, 21세기를 앞서나가는 새로운 나라의 건설이라는 화두는 정치권 스스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님이 분명해지고 있다. 후보들의 자질과 진면목, 후보들의 뒤에 서있는 정치세력의 실체들을 꼼꼼히 짚어보고 자신의 소중한 한표를 값지게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관건인 것이다. 대선후보 진영의 선거전략이 혼탁으로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더욱 그렇다. ‘훌륭한’ 국가 지도자를 뽑으려면 유권자들도 그만큼 ‘훌륭함’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허황한 ‘인물 대망론’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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