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틀어 6년 동안이나 영어 공부를 하고도 영어 발음기호를 익히지 못해서 단어나 간단한 영어지문조차 읽을 수 없는 까막눈이라면 해외토픽에 나와야 할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이 비록 많지는 않지만 196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 중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데 그로부터 무려 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은 사람과 대상에 따라서 제각기 다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언어의 소통이 가능하고 자신의 생각을 문서화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은 오로지 시험만을 위한 문법교육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무려 10년이나 영어공부를 하고도 외국인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도 불가능한 실정인데 이는 교육의 본질과 목적조차도 분별하지 못하는 교육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영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영어 교사들 또한 영어교육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며 정치권 또한 마찬가지의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실용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요하면서 각 지자체들이 영어마을 조성과 원어민 영어교사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으로 기대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 영어 과외비를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주름살도 덩달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이른바 세계화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온 국민들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면 보다 편리하긴 하겠지만 영어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 직장까지 영어 토익점수와 회화를 요구하는 것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예로부터 우리 국민들은 남을 너무 의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옆집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면 자기 아이도 배우도록 해야 하며 딱히 볼일도 없으면서 남이 장에 가니까 따라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취업의 경우에도 전공과목과 다름없이 요구하는 것이 영어 토익점수인데 이는 영어를 업무에 활용하기 보다는 수험자들을 탈락시키는 기준으로 삼기 위한 절차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직무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 직장까지 사용할 가치가 전혀 없는 토익성적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쓸모없는 낭비행위다.

영어를 업무에 활용하는 직장이 얼마나 되는 지 알 수 없지만 정작 영어의 활용이 필요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 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단순히 영어회화를 잘하고 토익점수를 잘 받는 행위 자체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도에 의하면 대학들이 앞 다퉈 영어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교육부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획득하고 교부금을 보다 많이 지원받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실적이나 기술 개발이 없이 단순히 영어로만 강의를 한다고 해서 글로벌 대학으로 평가받고 일류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영어교육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영어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며, 또한 영어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고도의 자질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다. 그동안 잘못 인식되고 부풀려진 영어교육의 거품을 빼는 것만이 바람직한 교육정책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

정호경 울산시 남구 야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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