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축제는 독창성이 중심축이다. 오직 그 지역에서만 즐길 수 있고 동참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지역 문화축제의 대표격인 처용문화제는 매우 독창적인 문화제인 것이다. 그러나 처용문화제가 2007년도에는 그 사례가 특이하게 지역 문화제 명칭 적절성이 문제가 돼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급기야 '처용 문화제 명칭 폐지'를 비롯한 새로운 문화운동을 표방하는 울산문화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처용문화제 명칭 폐지의 주요 쟁점은 처용 아내의 미모에 반한 역신이 사람으로 변해 처용의 아내와 동침한 것을 보고도 창가하고 춤추며 물러났다는 처용설화의 내용이 문제이다. 명칭 폐지와 새로운 문화운동을 표방하는 측의 주장은 "'처용'의 문학적·예술적 가치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역 대표 축제에 '처용'의 문학적·예술적 가치를 살리는 것도 아닌데 관용과 화해란 해석을 무분별하게 갖다 대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이유이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관용과 화해의 무분별한 해석의 표현 사례는 타자의 규정적 인식을 모방답습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설화를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실증적 관점과 관념적 관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기 아내와 동침하는 다른 사내를 보고도 노래 부르고 춤추며 물러난 처용설화는 실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설화의 관념적 미적 범주에서 벽사미, 악가무미로는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으로 설화의 새로운 해석과 접근은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적인 측면에서 매우 생산적일 수 있다.

울산에서 발생한 개운포의 팔용과 경주의 처용은 악가무와 무관하지 않다. 개운포에 나타난 동해용왕과 그의 일곱 아들은 헌강왕을 위해 헌무하고 악을 연주했으며, 헌강왕을 따라 경주로 가 사람으로 변한 처용은 역신과 아내가 자는 것을 보고도 응징은커녕 오히려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물러났다. 그러므로 처용설화는 관용과 화해보다는 악가무의 신으로 해석하면 명칭 폐지 논란이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관점과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하겠다. 또 처용의 행동을 실증적 관념의 바보 짓한 처용으로 보기보다는 관념적 관점에서의 벽사신, 악가무신의 본풀이로 본다면 처용설화야 말로 울산이 자랑하고 우리나라가 귀중하게 여기는 설화가 아니겠는가. 특히 악가무신의 관점은 처용희, 처용가, 처용무의 정당성을 부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악가무가 세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정당성을 갖게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 2007년도 제41회 처용문화제에서의 '월드뮤직 페스티벌'은 처용설화의 본풀이를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온당하고 합당한 운용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지역 문화축제에 있어서 축제의 명칭이 정체성과 무관해도 성공한 사례가 있다. 부산영화제, 춘천국제마임축제, 함평나비축제 등은 부산, 춘천, 함평의 정체성과는 무관하면서 대체로 성공한 케이스의 축제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울산이 공업도시라 하여 반드시 공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해야 할 정당성이 없듯이, 처용설화가 발생한 곳이라 하여 처용이라는 명칭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정체성에 합당한 행사 운용의 묘가 융합된다면 더 없는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처용문화제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처용의 설화와 연계된 운용의 묘를 잘 살린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축제는 부분참여보다는 공동참여, 개인참여보다는 단체참여 등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은 물론 지역 문화축제가 지향하는 지속적이고 독창적인 처용문화제가 될 수 있도록 지역민의 조언과 충고 그리고 전문가의 운용의 묘가 융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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