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과 따뜻한 정 나눔 온 가족 총동원
두 아들은 밑반찬 전달 … 집수리는 남편 몫
'할매' 만나는데 돈·시간적 여유 상관 없어

"봉사활동이라기 보다 그냥 가슴으로 모시는 어머니가 한 분 더 생긴거죠."

장미화(49)씨는 얼마 전 어머니가 한 분 더 생겼다. 울산중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독거노인 가족만들기 프로젝트 '아름다운 동행'에 참여하면서 결연을 맺은 할머니가 생겼기 때문이다.

장씨와 함께 남편 김수영(47)씨와 윤건(17), 민철(14)이 두 아들까지, 군대에 가 있는 큰아들만 빼고 모두 아름다운 동행길에 올랐다.

울산중구종합사회복지관 박세철 담당자는 "독거노인을 위한 가족만들기 프로그램 탄생에 숨은 공로자가 바로 장미화 봉사자 가족"이라고 고백했다.

장씨 가족은 지난해부터 독거노인과 결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장씨 혼자서 시작했지만 이후 밑반찬 전달은 두 아들, 형광등 교체 등 집안 수리는 남편 몫이 됐다.

박 담당자는 "온 가족이 혼자 사는 어르신 집을 드나들다보니 어르신이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 그래서 이번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동행길에는 장씨 가족을 포함해 총 세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독거노인에게 아들, 딸이 되고 손주가 돼 주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다같이 만나기도 하지만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해진 것은 매달 한 번씩 중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마련한 문화체험활동을 다같이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연계된 노인을 찾는다.

장씨는 "우리 할매는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는 데도 얼마나 말을 많이 하는지 나는 입도 벙끗 할 시간이 없다"며 웃었다. 할머니를 '할매'라고 부르는 건 장씨가 노인들과 친해지는 비법 중 하나다.

그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지 못하는 편이지만 독거노인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는 오래 홀로 생활한 노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사람과 나누는 정을 그리워하면서도 금방 떠나지는 않을까 염려해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이다.

아름다운 동행길에 오른 가족들 중에는 연계된 독거노인과 관계 형성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씨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씨는 "어르신이 마음의 문을 너무 단단히 잠궈놓으셔서 뭘 물어도 굉장히 무뚝뚝하게 대꾸하시곤 했다"며 처음 노인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노인들이 어떤 것을 걱정하는지 그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실망한 기색없이 오히려 더 부지런히 전화하고 할머니 집을 찾았다.

그러다 할머니가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직까지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험설계사인 장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할머니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발로 뛰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할머니는 장씨 앞에서 수다쟁이가 됐다.

이처럼 독거노인들과 가족봉사단의 가족만들기는 순탄치만은 않지만 지금은 혈연이 아닌 가슴으로 나눈 더 진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남편과 윤건, 민철이는 회사와 학교를 다니느라 시간을 내기가 힘들지만 주말이면 꼭 할머니를 찾는다. 윤건이와 민철이는 평소 친할아버지를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할머니에게 귀여운 손자 노릇을 제법 의젓하게 해 낸다.

장씨는 얼마전 어버이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할머니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아진다. 장씨는 어버이날 할머니 집을 찾아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그런데 그 카네이션은 올해 81세인 할머니가 어버이날이라고 받아보는 첫 카네이션이었다.

"할매한테 반찬 챙겨드리고 한 번씩 말동무 해주는 것도 우리 가족이 해야할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한 장씨는 할머니가 거동이 불편해서 한 번 바깥 나들이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여러가지 좋은 구경을 시켜드리고 싶은 바람이 있다.

윤건이와 민철이는 채워야 할 봉사활동시간이 있지만 할머니와 만난 시간을 재어두고 기록하진 않는다. 봉사활동이라고 하기에는 할머니와의 만남은 좀 더 특별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부모님을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많아서 모시는 게 아니듯 우리 가족이 할매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홍은행기자 redbank@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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