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 남구청은 삼산배수장 처리시설을 완공하기가 무섭게 이곳에 골프연습장 건립 계획을 발표해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 지역출신 구의원으로서 난감한 마음이 든다.

남구청은 골프연습장 건립 계획에 대해 "삼산배수장에는 하루 2만㎥의 오수가 유입되지만, 현재 악취오염 제거시설의 처리용량은 5000㎥에 불과하다"며 "민간사업자를 유치해 악취오염 제거시설을 설치하고, 그 상부 공간을 활용해 골프연습장을 설치·운영하자는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주민의 입장에서나 또한 지역구의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라고 본다.

우선 남구청이 지역 주민들의 대표적인 민원 대상이던 삼산배수장의 악취문제에 대해 30여억원의 혈세를 들여 지난달 14일 오수와 악취오염 제거시설을 완성해 놓고 이제 와서 처리용량 부족을 거론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민간사업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가 없다. 특히 30여억원의 엄청난 혈세를 들여 악취를 제거 하기 위한 수질정화시설을 준공한 시점에 악취가 나서 체육시설로 용도 변경해 골프연습장을 하겠다는 논리는 주민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남구청 스스로가 정화시설에 따른 엄청난 주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자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수장 상부공간에 골프연습장을 설치한다는 것은 주민들이 제기하는 태화강 경관의 훼손과 소음, 교통체증, 주차난 야기 등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현재 배수장 부지에 자생하고 있는 습지식물 생태계를 손상시킴으로써 정작 사업 목적인 수질의 정화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것이며, 남구청장이 주민과의 대화에서 주장한 악취 방지를 위한다며 부패한 저류지를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덮는 행위는 메탄이나 암모니아와 같은 유해물질을 농축시키고 하수구로 역류시킴으로써 또 다른 악취와 많은 공해 등의 위험요소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남구청이 주민들의 입장에서,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미래 지향적인 해결책을 수립할 것을 주문하며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완공된 삼산배수장 처리시설은 '초기우수처리시설'과 '오염물질처리시설'의 두 가지인데, 원래의 사업 목적상 '초기우수처리시설'은 땅바닥과 하수구 바닥에 깔려있던 오염물질들이 비가 오는 초기에 한꺼번에 빗물에 휩쓸려 내려와 하천을 오염시키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며, '오염물질처리시설'은 삼산배수장 내 오수에 의한 악취 발생을 해소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의 발단은 남구청이 위의 본래의 시설사업 목적에 충실하지 않고, 평상시 용연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야 할 하수를 이 시설들에 투입시켜 하루 24시간 가동·처리시킴으로써 용연하수처리장의 부족한 처리용량을 보조하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활용하려는 데서 부터 출발한다고 보인다. 실제로 '초기우수처리시설'은 거름망을 내장하고 있어 초기우수에 포함된 이물질들을 단시간 동안만 처리할 수 있을 뿐이며 '오염물질처리시설'은 하루 처리용량이 5000㎥에 불과해 이 지역에서 맑은 날 하루 발생하는 약 1만㎥(실시설계용역보고서)의 하수를 처리하는 것도 역부족이므로, 이렇게 처리된 하수는 BOD 등 오염도가 매우 높아 여전한 악취 발생과 함께 태화강의 수질개선은커녕 오히려 오염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삼산배수장 처리시설은 원래의 취지에 맞추어 '초기우수처리시설'은 강우시의 초기우수에 대해서만 가동시키며 '오염물질처리시설'은 배수장 유수지 내 오염수의 정화에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남는 용량의 범위 내에서만 유입 하수를 처리해 태화강으로 흘려보내고 나머지 하수는 용연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약간의 추가조치를 행한다면 삼산배수장의 수질과 악취의 문제는 거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배수장 부지에는 기 수립된 태화강마스터플랜에 따라 주민들의 요구대로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해야 할 것이며, 특히 유수지에 생태습지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수질 정화효율을 향상시켜 태화강에 방류되는 수질을 더욱 좋게 할 것이므로 이 계획은 필히 일정대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임현철 울산시 남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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