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고기 특구 즐길거리 없어 관광객들 빠져나가
고래특구도 문화체험형 개발 정체성 확보해야
규제개선·적극적인 홍보·편의시설 확보도 절실

친환경 농업으로 지역 경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경기도 양평군의 사례가 증명하듯 지역특화발전특구(지역특구)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102곳에 이르는 지역특구 모두가 양평군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기대를 모았던 울산 언양·봉계 한우불고기특구를 비롯한 다수의 지역특구들은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특구제도는 각 지역이 실정에 맞는 개발전략을 수립, 창의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구 지정 3년째에 접어든 울주군 한우불고기특구와 현재 특구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남구 고래특구가 지역경제 활성화의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선점과 지향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특구는 단지 홍보 명분일 뿐"

'선택적인 규제 특례'가 지역특구제도의 핵심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궁극적인 기대는 경제 활성화에 닿아있다. 결국 지역의 '먹고사는 문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06년 전국 최초의 먹거리 특구로 지정된 한우불고기특구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언양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50대 상인은 "지금까지는 '특구 지정과 장사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특구'는 지자체의 홍보 문구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상인들은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며 "언양~석남사 구간 도로에 특구를 알리는 간판 조차 하나 없는 것은 당국의 관심 부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이 같은 냉소적인 비유는 특구 운영을 책임진 울주군의 책임이 크다. 군은 특구 지정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변화를 계량화된 수치로 산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울주군 관계자는 "상인들이 수익의 노출을 꺼리다보니 매출의 변화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축산 농가를 경영하고 있는 최모(45)씨는 "울주군이 지역 한우를 고급 브랜드화하고, 전국적인 유통망 구축에 나선다면 불고기특구가 활기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흡한 규제 특례의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한 상인은 "현재 간판 정비와 축제 시 도로통행 제한 외에는 특례가 전무하다. 토지 전용 허가 등 과감한 특례 적용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울주군의 교훈은 고래특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관광레포츠형 특구로 분류되는 고래특구는 인지도와 차별성 확보에 실패할 경우 특구 자체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지녀야 한다.

장생포 일대의 낙후한 인프라도 향후 특구 운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장생포 진입로인 '장생포 순환도로'의 확장 공사를 비롯해 편의시설과 주차공간의 확충은 지자체가 특구 지정 추진과 병행해 시급히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남구청 김순철 고래특구주무관은 "특구가 지정되면 간판 정비와 테마거리 조성 등에 도움이 되겠지만, 특구제도가 직접적인 예산 지원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지자체와 관계 기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부한 콘텐츠로 활로 개척

지난해 봉계 한우불고기축제에 13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끌고 있지만, 축제기간 언양과 봉계를 찾는 관광객들은 불고기특구에서 '불고기를 먹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불평을 털어놓는다. 먹거리는 있되,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시민 및 관광객들의 주목을 끌 만한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김남식 봉계불고기특구번영회장은 "관광객이 특구를 찾더라도 불고기를 먹고 나서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버린다. 관광객이 머무를 수 있는 특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부재는 울주군의 관련 업무가 부서별로 흩어져 책임성 있는 행정을 펴기 어려운데서 출발한다. 부서별로 연계성 있는 계획 수립 및 집행에 근본적으로 한계성이 있기 때문이다. 군의 한우특구 업무는 위생과, 한우 생산은 축수산과, 불고기축제는 문화관광과 등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박철호 한우특구담당은 "특구라고 해서 따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어려움이 크다. 아직 특구 지정 초기인 만큼 인지도를 높이는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첫 발걸음을 준비하는 남구 고래특구도 문화체험형 특구를 지향하는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남구청은 오는 2014년까지 7년간 158억원을 투입해 고래문화 체험 관광과 고래문화의 거리 조성 등 15개 특화사업을 추진,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면 452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640여명의 고용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구의 핵심인 관경(觀鯨·고래관광)사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하고, 최근 구청이 표방한 '포경 허용을 위한 법 개정 추진'과 고래특구의 경계선을 뚜렷히 설정해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래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교육, 민간차원의 문화·역사 연구, 인적자원 개발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명실상부한 국제 고래도시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종서 울산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포경 역사, 박물관, 축제 등 장생포가 비교우위에 있는 점을 특화하는 한편 문헌과 구술의 발굴과 정리, 인력양성 등 무형의 콘텐츠 개발도 특구의 정체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광무기자 ajtwl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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