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람보 슈터」 문경은(인천 SK)이 명실상부한 국내최고 슈터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올해로 프로 5년차, 성인 무대에 데뷔한 지 12년만에 60년대 김영기-70년대 신동파-80년대 이충희로 이어지는 「슈터 계보」를 이을 적자로 늦게나마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광신상고 시절 거의 매 경기 40점대 이상을 넣으며 천재 슈터의 탄생을 알렸던문경은은 연세대에 입학해서도 실업 선배들을 앞에 놓고 3점포를 펑펑 터뜨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었다.

 당시 언론은 문경은을 「슛도사」 이충희(전 LG 감독)나 고교와 대학의 직계 선배인 「전자슈터」 김현준(작고. 전 삼성 코치)에 비견할 정도로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갈수록 그에 대한 농구 전문가들과 언론의 평가는 냉정해졌다.

 득점에 비해 수비력은 물론 패스와 드리블 등 종합적인 능력이 떨어지고 슛을난사해 경기를 망치기도 하는 그를 놓고 때로는 「받아먹는 선수」, 「영양가 없는 공갈포」 등 혹평을 쏟아놓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농구 삼성에 입단했지만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추고도 제대로 인정을 못받아왔던 게 사실.

 지난 시즌 삼성이 처음으로 정규리그 왕관을 쓰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이처럼부정적 인상이 누적된 탓인지 결국 우지원과 맞교환돼 인천 SK 유니폼을 입었다.

 우승팀의 주전 선수가 트레이드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증명한 셈이었다.

 카리스마가 강한 김동광 감독의 품을 떠나 나이 차도 적고 부드러운 성격의 대학 선배 유재학 감독과 만나게 된 문경은의 슛은 불을 뿜기 시작했고, 수비와 전술소화 능력, 고참으로서의 리더십 등에서도 진일보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던 슛을 난사하는 버릇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개인기록보다는 후배들을 다독거리면서 오직 「이기는 것」에만 집중해 인천 SK가 올시즌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맡았다.

 그에 대한 주위의 평가도 점점 후해져 경쟁자였던 김영만(모비스), 조상현(서울SK), 조성원(LG), 우지원보다 믿을만한 슈터로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4일 열린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문경은은 3점슛 레이스에서 앞서가고 있던 조성원을 제치고 3점슛 700개 고지를 국내 최초로 밟았다.

 최고 슈터로 인정받기 시작한 시점에서 터져 나온 기록이어서 일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문경은은 이날 기록을 달성했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팀이 2연승을 거둔 것이 더 의미있다는 표정이었고 목표는 오직 팀을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슛 욕심을 버린 문경은이 「대기만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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