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업체 '저임금 노동력' 이용 5년내 추격 경고
수입업체 중소형차 국내시장 약진 현대차 위상 위협
원자재 값 상승 암초…원가절감·기술개발 투자 시급

올 들어 현대자동차는 내수와 수출 모두 악재에 직면했다. 인도와 중국 등 자동차 후발주자의 약진, 도요타와 GM 등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의 중소형 자동차 시장 진출,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잠식 등은 현대차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현대차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중소형차 시장에서 우위를 보여왔고,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착실히 기반을 닦아왔지만 미래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을 맞은 셈이다. 현대차는 선진업체와 후발업체의 협공을 당할 우려 속에 '샌드위치' 위기 탈출을 위한 경쟁력 확보를 거세게 요구받고 있다.

◇중국·인도 자동차의 거센 추격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올해 초 '영국의 전설'로 불리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로 부상했다. 당시 타타자동차는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도 진출하고 중대형 고급차 메이커로 성장하겠다"고 밝혀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켰다. 타타자동차는 초저가 자동차인 '나노'를 출시하면서 인도는 물론 아프리카, 중남미, 동아시아, 유럽시장 진출에도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과거 글로벌 기업의 합작 대상으로 여겨졌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완성차 수출은 지난 2002년 2만대에서 지난해 50만대로 급증했다. 특히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MG로버를 인수한 난징자동차를 흡수하면서 연 생산량 180만대의 거대 기업으로 급상승, 세계시장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업계는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한 가격 경쟁력, 정부의 지원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기술력의 발전 추세라면 5년 내에 현대차를 추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업체의 중소형·저가차 공략

도요타, GM, BMW 등 세계 일류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중소형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소형차가 전체 부스 절반 이상을 차지해 업계의 이같은 경향을 나타냈다.

GM은 경차인 '트릭스'를 출시하고, 7000~8000달러 정도의 저가차 개발 계획을 밝혔다. 도요타는 4인승 양산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iQ'를 연내에 시판할 방침이다. 다임러는 소형차 라인업 확대를 위해 BMW와 연구개발을 협력키로 하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은 소형차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중소형차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자동차 신흥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이들의 공략 대상지가 현대차와 겹친다는 것. 현대차는 향후 이들과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기 위한 경쟁력 확보에 나섰으나 국내외 여건은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국내시장에서 약진하는 수입차

현대차와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은 국내 자동차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약진이 가속화하면서 현대차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9일 포드코리아는 '뉴 몬데오'를 출시하며 한국 대중차 시장에 공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2000㏄ 배기량의 중형차급인 '뉴 몬데오'는 유럽에서 '경쟁차종 킬러'로 불릴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시장에서도 적지않을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GM은 중형차인 '시보레'의 판매계획을 밝혔고, 올해와 내년에 걸쳐 일본의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의 다양한 대중차 모델이 국내에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다. 고가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던 수입차 업체들이 이제 중소형 대중차에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수입차 업계의 한국시장 점유 목표는 '6만대­ 6%'로 국내 업체를 위협할 만한 수준을 아니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그러나 판매대수가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말이 달라진다.

내수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98만6000여대, 수입차 업체는 5만3000대를 판매해 20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반면 매출액에서는 국산차가 19조원, 수입차가 2조6600여억원으로 수입차에 8배 정도밖에 앞서지 못했다. 매출액을 감안한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12%가 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대 자동차 판매를 위한 혈전이 예상된다"며 "결국 내수시장에서 독주하는 현대차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경기침체와 재료비 상승도 암초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유가도 자동차 업계의 고민이다. 'SUV 명가'를 자처해 온 쌍용차는 렉스턴과 액티언 생산라인 휴업을 고려하고 있다. 치솟는 경유값으로 SUV 차량 판매가 급감하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현대차는 강판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압박을 받고 있다. 냉연강판 가격은 올 들어 30.8% 인상됐으며, 냉연강판 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0.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주물 등 다른 철강제품 가격도 비슷한 비율로 상승하고 있고, 고유가로 타이어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으로 현대차가 수혜를 입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익의 대부분을 상쇄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과 긴축 운영, 신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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